[포토인북] 세월호 엄마 아빠의 노래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

2020-04-15     서믿음 기자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4월이다. 벚꽃이 피고 꽃향기가 가득한 시기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떨어진 꽃잎처럼 스러진 아이들을 향한 사무친 그림움이 폭발하듯 터져나오는 잔인한, 힘겨운 달이다. 아니. 어쩌면 그들에게 일년 열두 달은 모두 사월일지 모른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채 그들의 삶도 멎어버렸으니까. 

이 책은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으로 구성된 416합창단과 김훈, 김애란 작가가 저자로 참여했다. 아이들을 기억하는 현장과 이 땅에서 소외되고 위로받아야 할 사람이 있는 곳 어디든 찾아가 노래 불렀던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기록됐다. "울음에서 노래로"(김훈 작가의 글 제목) 건너가 슬픔이 슬픔에게, 고통이 고통에게"(김애란 작가의 문장) 다가가 위로한 기록이다. 

416합창단

이선자씨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슬픔과 울음을 추슬러서 노래로 나아가게 하는 힘은 알토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알토는 낯선 감정들을 이어주고 굳어진 것들을 부드럽게 하고 단절의 경계를 녹인다. 울음을 추스른다는 것은 울음을 울 수밖에 없는 조건들을 긍정하면서 울음의 힘으로 울음 안에 희망을 불어넣음로써 울음의 폐쇄성을 넘어서는 행위다. 악기를 사용하는 음악보다도 살아 있는 인간의 목소리로 표현되는 노래와 합창이 이 추스름의 기능에 알맞다는 것은 자명하다. 목소리는 살아 있는 인간의 것이고 목소리는 늘 생명의 리듬으로 떨린다. <59~60쪽> 

격렬한

그날 어머니는 창현이가 어릴 대 입던 푸른색 후드집업을 걸치고 아이에게 편지를 보내셨다는 걸 사진을 보고서야 뒤늦게 알아챘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언제나 온몸으로 그렇게 노래하고 계셨다. 아픔과 슬픔은 N분의 1이 되는 것이 아니었고, 다만 혼자가 아니라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는 것이 노래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노래가 스스로 사람들 곁으로 걸어가 시간을 견디고 버티고 이겨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74쪽>

[사진=도서출판

나는 이 나라가 다 운 것인지, 왜 더 울지 않는지 궁금하다. 울어야 마땅한 일이 이리 넘쳐나는데 이 나라는 왜 울지 않는 것일까? 416합창단의 음악과 책이 이 나라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이유다. 노래는 분노를 대신하기도 했다. 마른 나뭇잎처럼 거리 한 귀퉁이에 나뒹굴어야 했던 외로움을 꾹꾹 다독이는 힘이었다. 희망의 끝자락을 단단히 거머쥐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방식이기도 했다. 노래 부르기 위해 온 땅을 횡단하다 잠시 주저앉는 안온한 휴식조차 노래였다. 그렇게 416합창단의 노래와 노래 부른 시간과 장소가 죄다 세월호였다. <94~95쪽>

[사진=도서출판

참사 이후에 친구도 친지도 이웃도 만나지 않고 그 어떤 취미생활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아니,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제가 노래를 합니다. 제가 노래를 잘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일까요? 많은 사람들 앞에 혼자가 아닌 단원들이 함께 든든하게 서 있어주잖아요. 우리 아이들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주고, 언니가 되고 오라버니가 되고 형님이 되고 쌤이 되고, 무엇이든 함꼐 같이하다보니 제가 유가족인 것을 잊어버릴 때도 있습니다. <218~219쪽>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
416합창단·김훈·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펴냄│300쪽│17,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