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편리함은 어떻게 인간을 망가뜨리는가 『의자의 배신』

2020-03-24     서믿음 기자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슬기로운 사람'이란 뜻의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 최근에는 조상보다 더 똑똑하다는 의미에서 '슬기로운'이란 말을 두 번 붙여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라고 불러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다만 영국 출신 작가이자 학자인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 이넵투스'(똑똑하지만 풍부한 지식이나 음식 그리고 환경의 편안함과 잘 어울리지 않는 인간)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일까? 

저자는 편리함 추구를 위한 기술과 문명의 발달이 오히려 더 많은 질병을 일으켰다고 주장한다. "편안한 것을 가장 좋은 것으로, 빠르고 쉬운 것을 이상적인 것으로, 좋게 느껴지는 것을 진짜 좋은 것으로 계속 잘못 판단해" 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의자다. 힘겹게 살아야 했던 산업혁명 시기부터 사람들은 편안함과 여가를 갈망하게 되면서 푹신푹신한 천으로 감싼 의자가 도입되고, 이후 영화, TV, 컴퓨터 게임이 발명되면서 좌식 생활이 심화됐으며, 사무노동자의 경우 하루에 1㎞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온 상황. 저자는 "앉아서 일하는 노동자는 등 근육을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등 근육이 점점 약해진다. 이들이 가끔 일어나서 하는 일이라고는 30~50㎏ 정도 나가는 자신의 상체 무게를 지탱하는 것 뿐"이라고 말한다. 결국 근육이 약화에 따라 관절 이상으로 척추 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주장. 

저자는 본래 사람의 척추는 'S'자 이지만 앉아서 일하는 사람의 척추는 늙어서 'Z'자로 변하면서 척추 사이의 추간판 모양이 왜곡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보통 일주일에 약 70~100시간을 앉아서 보낸다. 10년 중 4~6년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실제로 이 시간은 우리의 수면 시간보다 길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일을 하는 시간보다 길다. 고작 몇 분 동안 고관절 굴근 스트레칭을 포함한 필라테스를 한다고 해도 근육 위축 속도를 늦추는 데에는 거의 효과가 없다"며 "우리의 몸은 중년 초기의 어느 시점에서 이런 빙산의 상황에 부딪치기 마련이며, 대다수에게는 그 상황을 멈출 능력이 없다."

요통, 제2형 당뇨병, 만성 폐쇄성 폐 질환 등 증가하는 현대인의 질병 속에서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우리가 앓는 질병 대부분이 우리의 생활 방식 때문에 발생하며, 간단한 변화로 우리의 생활 방식을 크게 바꿀 수 있다"면서 현대적인 삶이 주는 혜택을 우리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하게 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의자의 배신』
바이바 크레건리드 , 박한선 (해제) 지음 | 고현석 옮김 | 아르테(arte) 펴냄│492쪽│2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