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도자기로 새롭게 보는 세계사 이야기 『도자기로 본 세계사』

2020-03-12     송석주 기자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도자기에 관한 책은 많지만 도자기를 경유해 세계사의 맥락을 짚는 책은 드물다. 이 책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도자기라는 매개체를 통해 세계사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조망한다. 도자기에 아로새겨진 세계인들의 삶을 읽어보자.

도자기의 새로운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는 혼병(魂甁) 또는 혼백병(魂魄甁)으로 불리는 청자가 있다. 한나라 후기에 입이 다섯 개가 있는 오련관(五連罐)이 등장한 뒤 이 항아리 형태에 누각‧사람‧동물‧신선‧부처 등을 층층이 쌓아 표현하는 형식으로 발전했다. 용도는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죽은 이의 영혼을 담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23쪽>

여요와 다른 여러 도자기 사이에 가장 비교되는 점을 고른다면 역시나 격조 있는 분위기를 들 수 있겠다. 긴장감이 흐르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단순한 형태는 여요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외부에 꽃과 같은 화려한 장식을 표현하지 않은 채 오히려 담담하게 마감한 것이 많다. 유약도 얇아서 마치 엷은 막처럼 보이며 그 안에는 잔잔하게 남아 있는 빙렬이 은은하고 깊은 맛을 만들어낸다.<55쪽>

하지만 동남아 국가 중 원나라 청화백자가 가장 큰 영향을 준 나라는 다름 아닌 베트남이었다. 원나라가 송나라를 멸망시킨 후 다음 목표로 삼았던 베트남은 오래전부터 유교를 바탕으로 하는 중국식 국가 제도와 문화를 지니고 있었기에 지금도 종종 동북아시아 문화권으로 포함시키기도 한다.<110~112쪽>

그렇다면 조선에서 만든 청화백자가 대중적인 도자기가 된 것은 언제였을까? 18세기~19세기에 들어와 경기도 광주 요지에서 청화백자가 나름 대량생산되면서 대중화되었다. 이 과정에서도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조선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통해 왕조가 무너질 뻔한 경험을 했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 숙종은 유교적 이념화를 권장하며 보수적 유교 질서를 정비했다. 이와 관련한 정책 중 하나로 경기도 광주 지역에 관요를 재정립하고 백자를 생산하게 했다. 엄격한 유교 왕권을 상징하는 여러 의식 도구로서 도자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164~165쪽>

『도자기로 본 세계사』
황윤 지음│살림출판사 펴냄│216쪽│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