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세상에 지지 않은 호쾌한 그녀들 『걸 스쿼드』

2019-09-26     송석주 기자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걸 스쿼드(girl squad)’란 여성을 뜻하는 ‘girl’과 스포츠팀이나 군대의 분대를 뜻하는 ’squad’의 합성어로, 강한 유대감과 동료애로 뭉친 절친한 여성들의 집단을 말한다. 이 책은 역사 속의 걸 스쿼드들이 이뤄낸 것들을 기록해 여성들이 팀으로 결속하고 연대할 때 발생하는 놀라운 에너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대개 여성들 간의 우정은 남성들의 그것에 비해 평가절하 되는 측면이 있다. 저자의 말처럼 미디어는 헐뜯고 경쟁하며 서로를 밀어낼 기회를 끊임없이 찾는 여성들만 보여준다. 이 책은 처음으로 공식 교육을 받은 여성들, 여성참정권을 처음으로 요구한 여성들, 최초의 여성 의사 등 한계에 도전해 승리한 여성들의 일대기를 조망하고 있다.

독자들의 마음에 불을 지른, 세상에 지지 않은 슈퍼 히어로인 ‘그녀들’을 만나보자.

해녀들은 진정한 자매애로 맺어졌다. 산파 일도 하고 노인들을 돌보기도 하고 가정폭력 희생자들을 위한 쉼터도 만들고 해녀학교와 해녀박물관 일도 도우면서 되도록 생태 친화적으로 일하려고 애쓴다. 1965년 자료에 따르면 해녀의 2퍼센트만이 중등교육을 받았는데도 이 모든 일을 다 해낸다(그 당시 해녀 가운데 많은 이가 요즘도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한다). 일을 다 끝내고 나서야 그들은 집으로 돌아가 가족을 돌보고, 이 모든 일을 이튿날 다시 시작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 해녀들은 특유의 근면성과 고난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투지 때문에 요즘 한국에서 페미니즘(좁게는 에코 페미니즘)의 상징이 됐다.<21쪽>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힘든 스포츠다. 힘과 인내심, 강한 추위를 이기는 능력이 필요하다. 경쟁자도 주시해야 한다. 자기 힘만으로 앞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 셜리 퍼스Shirley Firth와 샤론 퍼스Sharon Firth는 이 모든 것을 다 해냈을 뿐 아니라 출발선에 서기위해서조차 싸워야 했다. 이 두 여성은 고난을 극복하고 캐나다 역사상 가장 놀라운 두 선수가 됨으로써 불가능을 실현했다.<28쪽>

“당신들이 원할 때면 언제든 나를 죽일 수 있지만 여성해방은 막을 수 없습니다.” 1852년 사형선고를 받은 페르시아의 여성 타히리가 한 말이다. 시인이자 학자였던 타히리는 소수 종교인 바하이 신앙을 따랐을 뿐 아니라 1848년 공공장소에서 베일을 벗은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둘 다 사형선고를 받을 만한 범죄였다. 타히리는 자유의 이름으로 죽었지만, 그녀의 선언은 60년 뒤 이란 애국여성동맹이 등장해 여성에 대한 동등한 대우를 요구하면서 실현됐다.<101쪽>

어둠과 대혼란의 시기, 미국 시민들은 슈퍼 히어로들이 몰려와 진실과 정의, 미국의 가치를 지켜주길 기대한다. 아니, 저스티스리그가 아니다. 어벤져스도 아니다. 그러면 젬 앤 더 홀로그램은? 어쩌면 그럴지도. 그러나 미국인들 대부분이 그들을 지켜줄 것이라 믿는 영웅들은 판사 중에서도 가장 센 여성 판사 세 사람이다. 바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Ruth Bader Ginsburg, 소니아 소토마요르Sonia Sotomayor, 엘리나 케이건Elena Kagan. 이른바 스코투스의 여전사들이다.<115쪽>

『걸 스쿼드』
샘 매그스 지음│젠 우돌 그림│강경이 옮김│휴머니스트 펴냄│352쪽│1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