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대한민국] 『지옥의 기계』

2019-09-07     유지희 기사

장르를 넘나드는 화려한 예술 편력의 장 콕도가 고대 비극 <오이디푸스 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라이오스의 유령, 스핑크스 등 원작에 없는 새로운 인물을 창조하거나, 기존 인물을 새롭게 해석해 개성을 부여했다. 오이디푸스는 권력을 꿈꾸는 몽상가이자 야심가가 됐고, 이오카스테는 경박하고 자유분방해졌다. 장 콕도는 '연극 시'를 추구하며 한 편의 연극을 상징적 이미지로 치환시키고자 했는데,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의 무대화이며 장 콕도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지옥의 기계』에서 이러한 점이 잘 드러난다. 지옥의 기계는 운명에 저항할 수 없었던 영웅의 몰락과, 내적인 결함으로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까지 파탄에 빠트린 오이디푸스를 상징한다.

■ 지옥의 기계
장 콕토 지음│이선화 옮김│지만지드라마 펴냄│202쪽│1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