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진중권, ‘감각학’의 세계를 열다

2019-09-03     김승일 기자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미학자 진중권이 신간 『감각의 역사』를 통해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미학, ‘감각학’의 세계를 열었다.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오감을 넘어선 ‘주관적인 느낌’에 대해 다루는 학문. 우리는 ‘감각학’을 잘 알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고중세의 철학에서 그 논의가 끊겼기 때문이다. ‘이성적 존재가 되려면 감각을 불신하라’고 가르친 데카르트를 중심으로 한 근대철학이 이성중심주의 형태로 전개되면서 사람들은 감각을 경시하게 됐다. 

“하지만 감각에 대한 과학적 접근의 한계는 명확하다. 진정으로 감각적인 것, 가령 커피의 향이나 맛과 같은 감각질은 결코 과학적 데이터로 기술되지 않기 때문이다. 럭스로 표기될 때 체험으로서 빛은 사라지고, 헤르츠로 측정될 때 체험으로서 소리는 사라진다. 따라서 감각의 현상학적 질을 기술하는 일은 여전히 사변적 방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진중권에 따르면 오늘날 ‘미학’이라는 학문은 철학 내에서 과도한 이성주의를 수정하려는 움직임이었고, 그마저도 ‘감각학’의 단편에 불과하다. 그는 이 책에서 미학에서 그동안 폄하됐던 감각의 권리를 복원하며 ‘감각학으로서 미학’을 제시한다. 

책은 ‘감각학 3부작’의 일부다. 이 책에서는 감각론의 역사를 다루며, 추후 나올 제2권에서는 감각의 관점에서 미술사를 조망할 예정이다. 제3권에서는 감각에 관한 다양한 사회·경제·기술적 의제를 다루는 작업이 이어질 예정이다. 

『감각의 역사』
진중권 지음│창비 펴냄│524쪽│2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