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삶 속의 죽음, 죽음 속의 삶 『아침 그리고 저녁』

2019-08-11     송석주 기자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이제 아이는 추운 세상으로 나와야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혼자가 된다, 마르타와 분리되어, 다른 모든 사람과 분리되어 혼자가 될 것이며, 언제나 혼자일 것이다, 그러고 나서, 모든 것이 지나가, 그의 때가 되면, 스러져 다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왔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무에서 무로, 그것이 살아가는 과정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새, 물고기, 집, 그릇, 존재하는 모든 것이, 올라이는 생각한다,<15~16쪽>

그리고 지금, 저 방안에서, 어린 요한네스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 어린 요한네스, 그의 아들, 이제 그의 어린 아들은 이 험한 세상으로 나와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살아가는 동안 겪는 가장 힘든 싸움 중 하나일 것이다, 자신의 근원이 어머니의 몸속에서 나와 저 밖의 험한 세상에서 제 삶을 시작해야 한다,<18쪽>

역시 늙는다는 건 고약한 일이야, 요한네스가 말한다<73쪽>

목적지가 없나? 요한네스가 말한다
없네 우리가 가는 곳은 어떤 장소가 아니야 그래서 이름도 없지, 페테르가 말한다
위험한가? 요한네스가 묻는다
위험하지는 않아, 페테르가 말한다
위험하다는 것도 말 아닌가, 우리가 가는 곳에는 말이란 게 없다네, 페테르가 말한다
아픈가? 요한네스가 묻는다
우리가 가는 곳엔 몸이란 게 없다네, 그러니 아플 것도 없지, 페테르가 말한다
하지만 영혼은, 영혼은 아프지 않단 말인가? 요한네스가 묻는다
우리가 가는 그곳에는 너도 나도 없다네, 페테르가 말한다
좋은가, 그곳은? 요한네스가 묻는다<131~132쪽>

『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펴냄│152쪽│12,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