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춤' 따라 떠난 세계여행… 발리·일본·중국·인도

허유미의 『춤추는 세계』

2019-07-28     서믿음 기자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여행은 아무 이유 없이 무작정 떠나는 경우도 있지만, 나름의 목적을 갖고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 여행은 명화나 명소를 찾는 문화여행일수도, 소문난 맛집을 찾는 식도락 여행일수도 있다. 그렇다면 저자가 떠난 여행의 목적은 무엇일까? 제목에도 나타나 있듯이 이 책은 '춤'에 초점을 맞춘다. 

오랜 세월 안무가이자 무용가로 활동한 저자 허유미는 2년 가량의 시간동안 세계 곳곳을 누볐다. 그리고 춤을 연구하기 위해 또 춤을 추기 위해 찾았던 세계 곳곳의 모습을 이 책에 담았다. 발리의 전통춤, 조지아의 민속춤, 중국의 프로파간다 발레와 경상남도 고흥의 흥겨운 탈춤까지… 춤을 찾아 떠난 이색적인 여행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이 순간에도 이 세상 어딘가에서 자마다의 몸짓으로 춤추고 있을 다양한 사람들을 떠올려 보면, 그들이 걸어가는 새로운 길의 무궁무진한 즐거움이 내 지겨운 일상을 압도한다"고 말한다. 

발리에서

자연스럽게 됐건 연습해서 됐건 간에 접신은 발리춤의 중요한 요소다. 많은 발리의 춤들은 영적인 상태를 몸으로 표현한다. 트랜스를 하나의 장면으로서 구성한 것들에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넓게 퍼져 있던 갖가지 궁중춤과 종교의식춤들을 적절히 섞어서 레퍼토리화한 것들이 오랜 시간 인기를 끌면서 이제 발리의 전통공연으로 인식되는 것을 보면, 제3세계 식민지 도시가 관광지화되면서 덩달아 겪게 되는 원형의 변형과 왜곡 현상을 그다지 나쁘게 겪은 것 같지는 않다 <68쪽> 

고성오광대

2과장 오광대놀이, 3과장 비비과장, 양반 잡아먹는 괴물 비비가 가장 티 안 나고 힘든 역할이다. 계속 날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양반이 기지를 발휘해 비비에게 "내가 니 할애비다. 그래도 나를 잡아먹겠느냐?"라고 하면서 죽음을 면하는데, 영화 '스타워즈'의 명대하 "Im your fater"가 혹시 고성오광대를 참고한 것 아닐까,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91쪽> 

팔일무.

현재 종묘제례일무보존회에서 이 춤을 전승, 시연하고 있으며 64명이 출연하는 팔일무이다. 한번은 객원 무용수로 참여해 볼 좋은 기회가 있었다. 연습을 하러 갔는데 첫날부터 걱정이 됐다. 보기에는 단순해 보이고 동작이 어려운 것도 아닌데, 도무지 박자가 세어지지 않는 것이다. 어디에서 어디까지가 한 박인지도 머리에 안 들어오는데, 한 박 안에 팔을 폈다가 구부린다든지, 방향을 튼다든지, 무릎을 굽혔다 편다든지 하다 보니 동작을 정확한 박자 에 딱 맞춰서 하기가 어려웠다. 박자도 일정하지 않고, 연결되는 진행의 동작들이 하나의 박 안에 들어 있어서, 자신 있게 내 느낌대로 박자를 맞추기 어려웠던 것이다. <142쪽> 


『춤추는 세계』
허유미 지음 | 브릭스 펴냄│244쪽│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