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영화 '신과 함께'에 나온 '삼도천'이 실재한다고?

2019-07-17     서믿음 기자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30여년 간 세계를 종횡무진해온 고고학자 강인욱 교수가 전하는 고고학의 매력에 대한 책이다. 이 책은 화려한 황금 유물에서부터 저자가 직접 발굴한 자작나무로 감싼 원주민 유골에 이르기까지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은 유물 이야기를 전한다. 

유물에는 오랜 시간 지구에 터를 닦고 살아온 인간의 흔적이 담겨 있는 법. 저자는 그 흔적을 더듬어가면서 인간 삶의 의미를 훑어본다.  

복잡한

인간이 최초로 과거의 유물을 인식하는 고고학적인 활동을 한 때는 언제였을까. 현재 알려진 가장 구체적인 증거는 터키에 위치한, 8,000년 전의 것으로 알려진 차탈 후유크(또는 차탈 회익)유적이다. 차탈 후유크 유적에서는 신석기 시대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사실적인 회화, 천장을 통한 출입 흔적, 집 안에 두는 무덤, 벽화, 화덕 등이 발굴됐다. 차탈 후유크 사람들은 가족 구성원이 죽으면 시신을 집 바닥에 묻는데, 이런 시신은 진흙 집 증개축 과정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차탈 후유크 사람들은 집 증개축 과정에서 전에 살던 사람이 만든 무덤 흔적을 발견하면 공사를 중단하고 유물과 유골에 대한 경외와 공포심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공사를 재개한다. 

사막을

영화 '신과 함께'에는 저승사자가 삼도천을 헤쳐 나가는 장면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저승으로 가는 길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4000년 전 유라시아를 가로질러 중국 신장 지역에 위치한 유적 샤오허가 그러하다. 샤오허는 사막이라는 기후적 특징 덕에 매장 당시 형태가 거의 완벽하게 보존돼 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수십대의 배가 무리를 지어 사막을 가로지르는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그 관 끝에는 마치 배의 노처럼 생긴 묘비석이 놓여 있다. 

알타이

물싸리는 바이칼이나 알타이 같은 시베리아 산속에서 자생하는 풀로 2500년 전 알타이 지역 유목민들은 물싸리를 베개로 주로 사용했다. 작은 노란색 꽃을 피우지만 향기가 짙고 아름다워 '시베리아의 에델바이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러시아에서는 '쿠릴의 차'라고 불린다. 물싸리는 무덤에도 많이 쓰였는데, 시신을 눕힐 때 밑에 깔았고, 무덤을 만들고 나면 그 위를 물싸리로 빽빽하게 덮었다. 파지릭인들은 물싸리 꽃을 모아 조상 무덤에 헌화했는데, 저자는 "꽃은 세계 각지에서 부활을 의미하니, 파지릭인들에게는 이 물싸리가 부활의 상징이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파지릭

파지릭 제2호 고분의 왕족 고분에서 머리 부분을 제외한 거의 몸 전체가 화려한 문신으로 뒤덮인 미라가 발견됐다. 문신은 날카로운 침으로 몸을 수백 번 찌른다는 점에서 침과 같은 치료의 흔적일 가능성도 있지만, 주술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했다는 사실이 문신 색소의 성분 분석에서도 밝혀졌다. 알타이 파지릭 문화 미라의 문신에 남겨진 색소는 숯 검댕의 일종인데, 저자는 "자기들의 수호신이 깃들어 있는 솥에서 떼어낸 검댕만이 악령을 몰아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펴냄│320쪽│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