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그림 영재' 이수 엄마의 마음 양육법… 『내가 너라도 그랬을 거야』

2019-06-07     서믿음 기자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아이들이 자동차나 벽에 잔뜩 그림을 그려도, 플리마켓에 가서 장사를 하겠다고 해도, 소아암 환자를 돕기 위해 자기 머리카락을 잘라 주겠다고 몇 년 씩 길러도, 언제나 아이들의 생각을 지지하고 들어주는 든든한 엄마가 쓴 가족 이야기다. 

저자는 사 남매의 엄마다. SBS 교양프로그램 '영재발굴단'에 그림 영재로 소개됐던 첫째 이수와 꿈 많은 둘째 우태, 가슴으로 낳은 셋째 유정, 천하장사 공주 막내 유담이까지. 아이가 많아 규칙도 많을 듯하지만 네 아이는 최소한의 규칙(밥 다 먹기, 양치질 하기, 제 시간에 자기) 외에는 자유를 누린다. 

집안 구석구석 빼곡히 낙서를 하고 자동차 위에 밥상을 차려놔도 저자는 아이들을 나무라지 않는다.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칼로 야채를 써는 것도 괜찮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어른의 잣대로 제한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하고 싶은 것은 되도록 하게 한다. 한번은 돈가스 식당에 가서 부엉이 인형과 부엉이 모양 장식에 관심을 가지는 아이들에게 "만지면 안돼"라는 주인 아주머니의 호통에도 '만짐'을 허락했다. 물론 주인 아주머니의 호통은 감수해야 할 일이다. "혼날걸 알지만 느낌이 너무 궁금하다"는 이수는 "각오는 됐니"라는 엄마의 말에 "응, 나 각오 됐어"라고 답하고 거사(?)를 치른다. 곧바로 "만지지 말랬지"라며 날아오는 주인 아주머니의 호통에, "죄송합니다"라고 답하지만 호기심을 충족했으니 후회는 없다. 저자는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아이들의 호기심을 어른들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싶지 않았다"며 "나쁜 행위가 아니라면 이해해 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공동범죄를 저지르고 말았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방임하는 것은 않는다. 저자는 '책임 있는 자유'를 강조한다. 어느 날 동생을 이끌고 나가 늦도록 돌아오지 않은 우태. "멀리 가지 말라니까 더 멀리 가 보고 싶어, 멀리 갔다가 놀이터를 발견해 놀다가 늦었다"는 우태에게 엄마는 "하고 싶다고 해서 뭐든 할 수 있는 게 자유는 아니야. 누군가의 마음에 걱정과 상처를 준다면 그런 자유는 진짜 자유가 아닌거야"라고 타이른다. 그런 엄마에게 우태는 "엄마는 내가 업서져서 울고 시퍼슬거다. 나도 엄마가 업서지면 무섭고 울고시퍼 걱쩡이 되. 안그래쓰면 조케써"라는 글과 함께 "엄마, 미안해"하고 잘못을 뉘우친다. 

조금 특별한 가족의 이야기다. 아이를 대하는 엄마의 태도도, 엄마와 세상을 대하는 아이들의 자세도 평범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 평범하지 않음이 잘못돼 보이지는 않는다. 저자의 육아법이 '정답'이라고 단언하기 어려우나 저자가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마음으로는 알지만 선뜻 실천하기 어려운 '아이와 눈높이 맞추기'를 실천하는 저자가 풀어낸 네 남매의 이야기가 훈훈함을 선사한다.  


『내가 너라도 그랬을 거야』
김나윤 지음 | 김영사 펴냄│280쪽│1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