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죽어가는 꽃 곁에 살아요” 박소란 신작 시집 『한 사람의 닫힌 문』

2019-06-03     김승일 기자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사회적 약자와 시대의 아픔을 개성적인 어법으로 끌어안았다”는 평을 받은 시집 『심장에 가까운 말』, 이 시집으로 신동엽문학상을 받은 시인 박소란의 신작 시집 『한 사람의 닫힌 문』이 출간됐다.  

이번 시집에서도 시인은 우리 주변의 슬픔을 다루며 약자를 위로하고 아픔을 끌어안는다. 시집의 첫 시에 그 각오가 담겨 있는 듯하다. “죽어가는 꽃 곁에/살아요/(중략)//아무도 예쁘다 말하지 못해요/최선을 다해/병들 테니까 꽃은/(중략)//죽은 자를 위하여//나는 살아요 나를 죽이고/또 시간을 죽여요”라고 시인은 말한다. 

시인은 눈이 슬픈 사람을, 생일날 미역국을 먹지 못한 사람을, 아무도 노크하지 않는 방의 점과 같은 사람을, 울음을 멈추지 않는 사람을 마주하고 말을 건다. 때론 인간을 넘어 시계도, 오래된 식탁도, 물이 새는 그릇도 대화 상대가 된다.   

많은 시가 슬픔을 노래하지만, 그 끝은 따듯한 포옹이다. 시인은 “곧 문이 열릴 것이다/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얼굴이 나를 불러 세워 빛의 행방을 추구할 것이다”라며 “문을 열자/와락 안겨드는 한줄기 비명, 아아, 밝고 따스한/이것은 정말 환청일까” “아이도 엄마도 춥지 않으리 장롱 속 옷을 꺼내어 입기만 하면”이라며 독자를 안아준다.

『한 사람의 닫힌 문』
박소란 지음│창비 펴냄│168쪽│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