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헝가리·폴란드·루마니아… 걷기 좋은 읽기 좋은 도시 

강병융의 『도시를 걷는 문장들』

2019-06-02     서믿음 기자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소설가 강병융이 여행한 유럽 20개국 22개 도시에서 읽은 22권의 책 이야기다. 유럽의 시골, 슬로베니아 류블라냐의 한 대학에서 한국 문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체코의 프라하,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등의 도시를 돌며 때로는 도시 이름과 같은 책, 해당 도시를 언급한 책, 해당 도시에 살았던 작가의 책 등을 소개한다. 

저자는 "바라는 바는 (이 책을 통해 ) 여행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여행법을 찾는 것"이라고 말한다. 

작업

하수구에서 일하다 말고 얼굴을 내밀고 있는 아저씨의 모형. 어찌보면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조형물이다. 하지만 저자는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 가서 이 아저씨를 못 보면 크게 후회할 것"이라고 말한다.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를 찾으며 저자가 읽은 책은 정혜윤의 『마술 라디오』다. 저자는 책 속 한문장으로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는 영리하지 않은 사람들이 세상을 세상답게 해"를 꼽으며 "당장 필요하지 않은 일을 하는 용기 있는 사람이 진짜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포즈난

포즈난 구시장 광장은 폴란드를 여행할 때 꼭 가봐야 할 곳중 하나다. 저자는 "주변 시장이나 광장, 알록달록한 건물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가벼워진다"고 말한다. 폴란드를 찾으며 저자가 들고 간 책은 이은선의 『발치카 NO9』. 저자는 책 속 한문장으로 "누군가 먼저 잡아당기지 않는다면 나는 언제까지라도 그렇게 서 있을 것만 같았다"를 꼽으며 "언제까지라도 한자리에 서 있는 것 또한 괜찮다. 꼭 어디론가 가는 것만이 정답은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벨리키

크로아티아 벨리키 슬라프는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의 열여섯 개 호수 중 가장 큰 호수다. 이곳과 어울리는 책은 마스다 미리의 『뭉클하면 안 되나요?』. 저자는 책 속 한 문장으로 "언젠가 죽어버릴 우리에게 주어진 사소한 포상. 그것이 '뭉클'일지도 모릅니다"를 꼽으며 "(뭉클한) 감정이 일종의 포상이라면, 우리는 더 누릴 권리가 있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쉽게 뭉클을 느껴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체타투이아

루마니아 클루지나포카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체타투이아 언덕에 오른 저자. 그는 윤고은의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를 들고 언덕에 올랐지만, 윤고은의 『무중력 증후군』속 "외로움은 최고의 비아그라다"를 책 속 한 문장으로 꼽으며 "이 문장을 지울 만큼 강렬한 문장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외로움만큼 강력한 힘은 없으니까"라고 말한다. 


『도시를 걷는 문장들』
강병융 지음 | 한겨레출판사 펴냄│296쪽│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