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전쟁이라는 악행 속에서 진보한 의학의 기록

2019-05-28     김승일 기자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수많은 인간이 무참히 쓰러져간 전쟁이 역설적으로 지금 인간을 살리고 있다니, 아이러니하다. 이 책은 고대 트로이전쟁부터 현대 이라크전쟁까지를 훑으며, 전쟁으로부터 생겨난 환자와 질병, 그리고 이를 치료하기 위한 의료진의 노력을 기록한다. 전쟁이라는 악행 속에서, 전쟁이 없었다면 얻기 어려웠을 새로운 의료법을 소개한다. 

최초로 공개된 전신마취 수술. 1846년 미국의 치과의사 모턴은 최초로 공개적인 자리에서 환자를 에테르로 전신마취한 뒤 종양 제거 수술을 성공시켰다. 흥미롭게도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표준 마취법도 한국전쟁 때 확립됐다고 한다. ‘마취’의 역사를 살펴보면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다. <169쪽>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이 살포한 고엽제의 후유증으로 지금도 베트남에서는 매년 수만명의 선천성 기형아가 태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64년 처음 파병한 이래 1973년 철수할 때까지 32만명이 넘는 한국군이 베트남으로 건너갔다. 이들 가운데 5,000여명은 전사했고, 1만명 이상이 전후에도 고엽제로 고통받았다. 베트남전쟁은 고엽제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186쪽>

소련-아프간전쟁(19179~1989) 때 소련군. 소련-아프간전쟁 당시 소련군의 야전 위생은 매우 불량했다. 그 결과 소련군 부대는 감염병과의 전쟁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소련군의 의료는 감염병 예방에서 실패했다. 연인원(어떠한 일에 동원된 인원수와 일수를 계산하여, 그 일이 하루에 완성되었다고 가정하고 일수를 인수로 환산한 총인원수. 예를 들면, 다섯 사람이 열흘 걸려서 완성한 일의 연인원은 50명이다) 62만명의 75.76%에 해당하는 46만9,865명이 입원했는데, 이 중 11.4%가 부상자였고, 88.56%가 질병 환자였다. 이 숫자는 최신식 군대와 현대적인 의약품이 있는 곳에서 있을 수 없는 기록이었다. <199쪽>    

『인류의 전쟁이 뒤바꾼 의학 세계사』
황건 지음│살림 펴냄│210쪽│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