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혼전 성관계에 담긴 경제적 의미?… "중산층의 사치" 

2019-05-06     서믿음 기자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이 책이 풀어보고자 하는 주제가 바로 이 모순이다. 나와 같은 여성이 착실하고 호감 가는 연인과 헤어질 수 있도록 해준, 과거 여성과 달리 자신을 중심에 놓을 수 있도록 해준 문화적·경제적 영향을 파헤쳐보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별 또는 파경이라는 결정이 왜 여전히 스스로에게는 물론 주변 사람에게조차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지도 들춰보고 싶었다. <10쪽>

진정으로 사랑해서 결혼하는 일은 사실 18세기에 이르러서야 시작됐다. 인류 역사상 대부분의 사람은 사랑 때문에 결혼하는 것은 단순히 말해 너무 위험하다고 여겼다. 예를 들어 고대 로마인들은 결혼을 부와 재산 그리고 (가부장의) 혈통을 계승하는 데 필요한, 틀에 박힌 일이라고 봤다. 따라서 결혼을 영원히 지속해야 하는 관계라고 여기지 않았다. <48쪽>

데이트의 출현 이전에는 여성이 자신의 집으로 남자를 불러 가족의 감독 아래 만나는 방식이었다. 남성은 자기를 초대해달라는 바람을 넌지시 전할 수 있었겠지만, 실제로 초대하는 것은 여성에게 달려 있었다. 한편 밖에서 하는 데이트는 여성을 욕망의 대상으로 만드는 한편, 남성은 구애부터 비용 충당까지 데이트에 필요한 여러 요소를 잘 배치하는 배우로 만들었다. 물론 여성의 가족은 구애의 방정식에서 탈락하게 됐다. <124쪽> 

혼전 성관계는 경제적 의미도 담고 있다. 간신히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적은 임금을 받는 노동 계층 여성에게 섹스는 물물교환의 도구 역할을 했다. 교환 대상은 더 높은 임금을 받는 남성 데이트 상대가 제공할 수 있는 영화와 저녁 식사 같은 중산층 ‘사치’였다. <131쪽> 


『왜 나는 너와 헤어지는가』
캘리 마리아 코르더키 지음 | 손영인 옮김 | 오아시스 펴냄│208쪽│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