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내 아이에게 ‘슬기로운 말’ 가르치기… 『내 말 사용 설명서』

2019-04-22     김승일 기자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하지만 말을 잘하기란 여간 쉬운 게 아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어렸을 적부터 그저 문자 그대로 ‘말을 하는 법’만 배웠을 뿐, ‘제대로 하는 법’에 대해서는 배우거나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쓴 이 책은 ‘슬기로운 말’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책 전반에 걸쳐 할아버지와 손녀의 대화 형식을 사용했는데, 대화의 끝에서 할아버지가 말과 관련된 풍부하고 흥미로운 역사·인문학적 지식을 손녀에게 들려준다. 

선생님이 뭘 물으실 때나 남 앞에 나서서 말을 하려면 얼굴이 빨개지고 말을 더듬는다는 손녀에게 할아버지는 영화 ‘킹스 스피치’로도 알려진 영국 조지 6세 앨버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심한 말더듬이로 고민이었던 앨버트는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를 만나고, 그와 티격태격하는 과정에서 말을 잘하게 된다. 그리고 말을 잘하려면 부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학교에서 다문화 가정 아이에게 혐오 표현을 하는 학생과 교사가 있다는 손녀의 말에 할아버지는 일단 나와 남을 규정짓는 ‘다문화 가정’이라는 말부터 지양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할아버지는 일부 일본인들이 일제강점기부터 지금까지 재일동포를 ‘이등국민’이라고 업신여기며 깔보는 사례를 들려주며 “우리는 어떤 때는 다수자였다가 또 다른 때는 소수자이기도 한 거지. 사람은 누구나 소중하기 때문에 혐오표현을 해서는 안 되는 거야”라고 설명한다. 

이 외에도 ▲지나치게 잔소리를 많이 하는 엄마와 대화하는 방법 ▲친구와 갈등이 생겼을 때 대화로 해결하는 방법 ▲마음을 끄는 말을 하는 법 ▲대화 중 거짓말을 해야 하는지 여부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청소년의 생활에 도움이 될만한 ‘슬기로운 대화법’을 소개했다.  

『내 말 사용 설명서』
변택주 글·차상미 그림│원더박스 펴냄│216쪽│13,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