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 사회의 거짓말을 ‘읽는 법’

2019-04-13     김승일 기자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진실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유일하게 진실을 묻는 존재인 우리 인간은 기껏해야 진실의 일부를 말하고 듣기 바랄 뿐 결코 진실의 전모를 원하지 않는다. 분명 인간은 되도록 빨리 모든 것을 다시 숨기고 차단하려는 절실한 욕구가 없이는 “나”라는 말조차 할 수 없는 모양이다.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느낌을 가지는지 가리기에 비밀이라는 짙은 안개마저 부족하다면, 인간은 아예 오도하고 호도하려는 본색을 드러낸다. 인간은 의사 표시를 위해 그림이나 기호를 쓰기 시작한 이래 거짓말을 한다. 말을 하고 글을 쓰며, 그림을 그려 묘사하거나, 심지어 침묵할 때조차 우리는 거짓말을 한다. 사소한 몸짓이나 눈길 또는 주의를 흐리려는 장광설 혹은 아예 인물 됨됨이 전체로 우리는 왜곡하고 속이는 거짓말의 대가다. 그렇다. 우리는 서로 속이는데 그 어떤 구체적인 의도조차 필요로 하지 않는다. 심지어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기꺼이 보고 싶어 해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는 상대방에게까지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 이것은 인간 세계에서 가장 일상적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거짓말이라면 화들짝 놀라 온몸을 부들부들 떤다. <14~15쪽>

거짓말을 하면서 우리가 변형시키는 것은 진실이 결코 아니며, 언제나 우리가 진실이라고 여기는 것일 뿐이다. 진실이라고 여기는 것이 자신과 맞지 않아 변형시키는 것은 아니다. 정반대로 우리는 다른 사람이 우리가 무엇을 진실로 여기는지 아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 거짓말을 한다. 정확히 말해 우리는 세계의 정보를 숨길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자기 속내를 들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 바로 그래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속임을 당하는 상대보다 더 잘 알 필요가 없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확신이면 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확신을 가지지 못하면서도 거짓말은 감행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진실로 여기는 것을 의심하면서 시도하는 거짓말은 성공할 수 없다. <49~50쪽>

『거짓말 읽는 법』
베티나 슈탕네트 지음│김희상 옮김│돌베개 펴냄│256쪽│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