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외롭고 힘들고 배고픈 당신… 시(詩) 한 사발 어떠세요? 

정진아의 『맛있는 시』

2019-04-10     서믿음 기자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울컥'하고 눈물이 터질 것 같은 날에는 따끈한 호박죽 몇 숟가락, 일에 치여 체력도 정신도 바닥나는 날에는 푸짐한 삼계탕 한 그릇으로 위로받고 싶기 마련이다. 우리 인생에는 이렇게 허기진 날들을 채워줄 맛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8년째 EBS FM '시 콘서트'를 맡고 있는 정진아 작가는 매일 청취자에게 들려줄 좋은 시를 찾는 과정에서 발견한 인생이 담긴 음식 이야기를 묶어 출간했다. 달고, 짜고, 맵고, 시큼하고, 씁쓸하고, 뜨겁고, 차가운 음식은 우리네 인생살이와 많이 닮아 있다. 

[사진제공=도서출판

삼학년 -박성우-

미숫가루를 실컷 먹고 싶었다/부엌 찬장에서 미숫가루통 훔쳐다가/동네 우물에 부었다/사카린이랑 슈거도 몽땅 털어넣었다/두레박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미숫가루 저었다//뺨따귀를 첨으로 맞았다 『가뜬한 잠』(창비)

숟가락은 숟가락이지 -박혜선-

금수저/은수저/흙수저?//밥상 앞에 놓고 텔레비전 보던 할머니가 한마디 한다//그냥/밥 잘 뜨고/국 잘 뜨면/그만이지//밥 푹 떠서 김치 척 걸쳐/입 쩍 벌리는 할머니//요 봐라 요기,/내 수저는 시집 올 때 가져온 꽃수저다 『쓰레기통 잠들다』(청년사)

밥 -천양희- 

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권태로워서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나는 쓴다/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어차피 삶은 너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작가정신)

엉뚱한 생일 선물 -강인석-

아빠 생일 선물 고르기/고민 또 고민//-주문진 명품 코다리 세 마리 오천 원//마트 앞 안내판 앞에서/고민 또 고민//신문지에 돌돌 말아서/꺼내 놓은 생일 선물//엄마는 웃고/형은 어이없는 표정//"이야, 내가 좋아하는 코다리네!"//주인공 아빠가 인정해준/최고의 선물 『아빠의 물음표』(소야)


『맛있는 시』
정진아 지음 | 임상희 그림 | 나무생각 펴냄│192쪽│12,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