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만화 ‘드래곤볼’이 일본 전후 세대를 상징한다고?

2019-03-18     김승일 기자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인기 일본 만화 ‘드래곤볼’에 일본인의 역사관과 정체성, 미래관이 상징적으로 담겨있다면 어떨까. 이 책의 저자들은 만화 ‘드레곤볼’에서 일본인의 정신적인 특징을 찾아 끄집어낸다. 

저자들은 ‘드래곤볼’이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원숭이 꼬리가 달렸으며, 달을 보면 원숭이로 변하는 사이어인은 일본인을 상징한다. 막강한 침략자 ‘프리더’로 인해 파괴되는 행성 ‘베지터’는 미국의 원자폭탄에 의해 파괴된 일본을 상징한다. 더 자세히 들어가 보면, 극 중 ‘프리더’는 미국 제국주의, ‘도도리아’는 영국 제국주의, ‘자봉’은 프랑스 제국주의를 각각 상징하며, 프리더에게 이용당하다 버려지는 일본의 ‘열등한’ 제국주의는 사이어인인 ‘베지터’ ‘라데츠’ ‘네퍼’ ‘버독’으로 대표된다. 

저자에 따르면, ‘드래곤볼’의 주요 스토리는 일본의 전후 세력이 이끌어간다. 전후 일본의 우파 세력은 ‘베지터’ ‘네퍼’ ‘라데츠’가, 전후 시민사회는 ‘손오공’과 ‘손오반’이 대표한다. 저자들은 둘로 나눠진 일본의 전후 세대가 어떻게 조상의 죄를 지워가며 어떤 식으로 과거를 기억해왔고, 또 기억하려는지를 주목한다. 또한 책은 아직 청산되지 않은 일본 제국주의 적폐 정신도 살피며, ‘드래곤볼’에서 나타난 일본인의 정체성을 일제가 침략한 다른 국가들이 공감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본다.  
 
『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
유정희·정은우 지음│아이네아스 펴냄│220쪽│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