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최영미 시인 상대로 낸 손해배상 패소

2019-02-15     김승일 기자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고은 시인이 지난해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최영미 시인과 언론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5일 패소했다. 다만 박진성 시인에게는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사건의 발단은 최영미 시인이 2016년 발표한 시 「괴물」이 지난해 2월 JTBC 뉴스룸 인터뷰를 통해 알려지면서부터였다. 최 시인은 당시 인터뷰에서 시 「괴물」에 쓰인 성폭력의 피해자가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박진성 시인은 그의 블로그에서 최영미 시인의 말에 동조하며 블로그에서 다른 성추행 의혹을 추가로 주장했고, 언론사들은 최 시인과 박 시인이 주장한 의혹을 보도했다. 

이에 고은 시인은 최 시인과 박 시인, 언론사를 상대로 10억여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6차례 변론을 거친 심리 끝에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4부(이상윤 부장판사 )는 15일 1심 선고공판에서 “최영미 시인의 진술이 구체적이며 일관되며, 제보한 동기와 경위 등을 따져보면 허위라 의심할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최 시인과 박 시인이 주장한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기자들에게도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저명한 문인으로 문화예술계에 영향력 있는 인물인 원고에 대한 의혹 제기는 국민의 관심사로 공공 이해에 관한 사안”이라며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2008년 한 술자리에서 고은 시인이 동석한 20대 여성을 상대로 성추행을 했다”는 박진성 시인의 주장에 대해서는 “당시 동석한 여성을 특정하지 못하는 점 등 사정을 종합하면 이 주장이 허위라고 하는 원고 측의 주장은 수긍할 만하다”며 “허위 주장으로 원고가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고 정신적 고통을 받은 점, 블로그에 올린 내용과 표현방법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청구한 금액 1천만원을 전부 인정한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