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소설에 대한 특별한 사유를 엮다

2019-01-31     김승일 기자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여기, 소설에 대한 사유를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낸다. 
소설을 주제로 한 사유는, 그것이 충분히 의미 있는 일반화에 이른 것이라면, 사유 주체의 미적 취미뿐 아니라 문학관과 세계관 그리고 그가 활용하는 이론적 도구 따위에 따라 상이한 방향에서 상이한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 문학이론 개론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갈래, 예컨대 정신분석·마르크스주의·구조주의·해체론·페미니즘 등과 같은 서로 다른 이론적 입장에 입각한 서로 다른 소설론이 있을 수 있고, 또 실제로 있다. 우리가 이 책에서 소개한 김현의 분류를 빌려 ‘문화적 초월주의’ ‘민중적 전망주의’ ‘분석적 해체주의’ 각각에 따른 소설론 또는 소설에 대한 사유를 상정해 볼 수도 있다. 요컨대 관점과 지향에 따른 범례적인 작품들이 있고, 그것들을 근거로 구축되는 이론들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5쪽>

아기가 요람에 누워 옹알거릴 때 당신은 그 어린 천사의 미래를 두고 이야기를 펼친다. 이런 주제는 낭만적이고 황홀하다. 또 당신은 마침내 임종의 자리에 누운 늙고 고약한 할아버지의 미래에 관해 목사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여기서 역시 주제는 막연하고도 거대한 감정에 관계하는데, 이 경우엔 주로 두려움의 감정이다. 

소설에 관해서는 어떤 느낌이 드는가? 우리는 소설의 멋진 앞날을 떠올리고 뛸 듯이 기뻐하는가? 아니면 심각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저 고약한 피조물이 조금 더 목숨을 부지하기를 염원하는가? 
소설은 늙은 죄인으로 임종의 자리에 누워 있는가, 아니면 귀여운 아기로서, 그저 요람 주위를 아자아장 걸어다니고 있는가?

판단에 앞서 그자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저기 그가 있으니, 얼굴이 여럿 달리고 나무처럼 수많은 가지를 거느린 자, 바로 근대소설이다. 그는 샴쌍둥이처럼 거의 이중적이다. 한쪽에는 진지하게 대접해 줘야 하는, 얼굴이 창백하고 이마가 높은 본격소설이, 다른 한쪽에는 선웃음을 짓고 있는, 꽤 그럴싸한 요부, 대중소설이 있다. <15~16쪽>

『소설을 생각한다』
비평동인회 크리티카 엮음│문예출판사 펴냄│588쪽│2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