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삶의 쉼표가 필요할 때” 428일, 6대륙 44개국 여행기

2019-01-30     김승일 기자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나이 19세에 금융감독원 고졸자 공채 1기로 입사해 모두의 부러움을 샀던 저자는 직장이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고 한다. 입사 5년 차, 극심한 스트레스에 대상포진까지, ‘이대로 가면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자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훌쩍 여행을 떠났다. 이 책에는 그의 428일, 6대륙 44개국 여행기가 사진과 함께 담겨 있다.

회사 일에 의욕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침대에 누워서 잠만 자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처리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기계처럼 출근했다가 학교에 가서 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을 반복했다. 씻는 둥 마는 둥 하고 불을 끄고 누우면 내일 또 의미 없는 하루가 반복된다는 사실이 나를 옥죄여왔다. (중략) 그래, 어쩌면 나도 날개를 품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처음으로 시작하는 날갯짓이 두렵지만 숨어있는 날개를 펼치고 나면 그 누구보다 예쁘게 날아갈 수 있지 않을까. <28~31쪽>

‘그래, 혼자 해외여행을 가보는 거야!’ 먼 곳은 무리고 동남아가 좋은 것 같았다. (중략) 그 중 왠지 모르게 필리핀이 끌렸다. (중략) 필리핀의 치안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 이후였다. ‘여자 혼자 필리핀 여행’을 검색해보니 총기사고 발생이 빈번한 곳이라 위험하다는 글만 가득했다. 무서운 마음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패기가 조금 더 앞섰던 것 같다. <41쪽>

시드니에서는 처음으로 카우치서핑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낯선 사람의 집에서 잔다는 것이 무섭기도 했지만, 숙박비도 절약하고 외국인 친구도 사귀는 시스템이 일석이조라고 생각했다. (중략) 카우치서핑은 호스트(현지인)가 무료로 잠을 재워주니 서퍼(여행자)는 작은 선물을 하거나 요리를 해주는 것이 관례다. 첫날 저녁으로 인도식 카레를 해주는 그를 보며 나도 무언가 해줘야 할 것만 같았다. 쉽게 해줄 수 있는 한국 요리가 뭐가 있을까 고민해보니 떡볶이가 떠올랐다. <57쪽>

역시 바라나시였다. 죽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한 도시. 바라나시에 사는 사람들은 강가에서 시신을 태웠고, 그 물로 빨래를 하고, 목욕을 하고, 심지어 마시기까지 했다. 죽음을 마주하는 그들의 태도를 바라봤다. 슬픔만 가득할 것이라 생각했던 예상은 빗나갔다. 그곳에는 무표정하게 가는 이를 보내는 사람들만 있었다.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고 울음소리를 내지도 않았ㄷ. 그저 덤덤하게 사랑했던 이의 육신이 한 줌의 재가 돼 강물에 흘러 들어가고, 삶이 연기가 돼 하늘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바라봤다. <91쪽>

『삶의 쉼표가 필요할 때』
장영은 지음│행복우물 펴냄│320쪽│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