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역사적 순간과 함께한 세기의 요리

2018-11-12     서믿음 기자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자주 먹어보지 못했던 이들에게는 아주 고약한 맛이 나는, 거품이나 기포가 떠 있는 이 음료가 끔찍했을 것이다." 16세기 페루와 멕시코에 파견됐던 예수회 수도사 호세 데 아코스타는 초콜릿을 이렇게 평가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초콜릿은 그간의 비호감도 아랑곳하지 않고 루이 14세 왕궁에서 소비되기 시작했다. 왕은 초콜릿을 맛볼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 어머니인 안 도트리슈가 프랑스에 들여오던 당시 초콜릿은 음료였다. 주로 바닐라로 향을 낸 설탕 시럽에 초콜릿을 녹여 마셨다. 또한 초콜릿 타르트 등 고체 형태 초콜릿도 소비됐는데, 그 흔적은 프랑스 역사의 '대-세기'라고 부르는 17세기 후반 여러 요리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마도 이런 초콜릿 타르트는 왕실 식탁에 디저트로 나왔을 테고, 단것을 좋아했던 왕은 이것을 깨물어 먹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63쪽> 

1718년 출생한 샌드위치 4대 백작 존 몬태규도 카드 마니아였다. 사실 그의 경력은 매우 화려했다. 1744년 해군 사령관으로 임관한 뒤, 1748~1751년 해군 장관을 지냈고, 1763년과 1771~1782년 재임했다. 하지만 이렇게 유능한 정치인도 자신의 취미활동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존 몬태규는 두 가지에 열정을 쏟았는데, 하나는 그의 정부 파니 머레이였고, 다른 하나는 바로 카드 게임이었다. 몇 시간 동안 테이블 앞에 앉아 게임에 집중하곤 했던 그는 어떤 이유에서든, 특히 식사 같은 사소한 이유로 게임을 중단하고 자리에서 일어나기를 몹시 싫어했다. (중략) 몬태규 백작은 빵 두 장 사이에 찬 고기와 치즈를 넣은 음식을 고안했고, 그러자 같이 카드 게임을 하던 사람들이 '우리에게도 샌드위치와 같은 것을 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게임 중에 자리를 뜨지 않고 간편히 먹을 수 있게 만든 이 음식에 샌드위치 경의 이름을 따서 붙였고, 이렇게 해서 오늘날의 샌드위치가 탄생했다. <73~74쪽> 

신성불가침인 중국 황제의 식단을 자세히 기록한 이 유일한 고서를 읽어보면 아시아와 유럽의 식문화의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황제의 식사는 엄격하게 체계화돼 있었다. 예를 들어 주요리에는 20근의 여러 종류 고기를 사용해야 하고, 국물을 끓이는 용도로는 다양한 종류의 고기 4근 반이 들어간다. 108가지 요리로 구성된 황제의 식사에는 조리기, 볶기, 오래 끓이기, 증기로 찌기 등 모든 종류의 조리법이 고루 사용돼야 한다. 요리의 가짓수로 보면, 왕실의 다른 구성원들에게는 계급에 따라 점점 그 수가 적어진다. 황후는 96가지 요리, 왕의 첫 번째 서열 후궁에게는 64가지 요리가 제공됐다. <77쪽> 


『역사는 식탁에서 이루어진다』
마리옹 고드프루아·자비에 덱토 지음 | 강현정 옮김 | 시트롱마카롱 펴냄|248쪽|2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