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삶을 관통하는 법정 스님의 통찰

2018-05-13     김승일 기자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어느 날 소크라테스에게 이웃 사람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그는 얼마나 흥분했는지 한참이나 먼발치에서 이렇게 고함을 질렀다.

“이보게, 소크라테스! 자네에게 꼭 할 말이 있네. 자네 친구 놈이 말이야…….”

소크라테스는 당장에 말을 끊고 그 사람에게 자기가 하려는 말을 세 가지 체로 걸렀는지 물어봤다. 즉 진실의 체, 친절의 체, 필연성의 체로 걸렀는지를.

그리고 소크라테스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만일 자네가 내게 하려는 말이 진실한 말도 아니고, 친절한 말도 아니고, 꼭 필요한 말도 아니라면 그 말은 그저 땅에 묻어버리게. 그래야 자네나 나나 그것 때문에 괜히 속 썩는 일이 없을 거네.”

지혜로운 사람은 그가 하는 말의 짤막함으로 알아본다. <97쪽>


다산이 그 어려운 유배 생활을 하면서도 5백여권이나 되는 저술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차의 덕이었다고 학자들은 말합니다. 차를 가까이하면서 그것에서 많은 위로를 얻어 그런 방대한 저술 활동을 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또 추사 김정희 선생의 경우도 제주에 유배 가서 있으면서 동갑내기인 초의 스님을 늘 방문하고 초의 스님은 제자인 허소치를 통해 차를 전달합니다. 그래서 유배 생활을 원만히 극복하도록 배려를 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옛 선비들만이 아니라 여성들도 규방에서 차를 많이 마셨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옛날 성현들이 왜 이토록 한결같이 차를 좋아했는가 하면, 차는 마치 어진 군자와 같아서 그 성품에 삿됨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186쪽>


사랑은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나는 꽃을 사랑해요, 그 어떤 것보다 꽃을 사랑해요’라고 말하면서 물을 안 주고 꽃을 말라 죽게 내버려 둔다면, 그 사람에게 뭐라고 말하겠는가.

믿음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행함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런 믿음이 그를 구원할 수 있을까? 믿음에 실행이 따르지 않으면 그것은 죽은 것이다. <216쪽>


『간다, 봐라』
법정 스님 지음 | 김영사 펴냄 | 280쪽 | 14,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