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흙수저’는 멘털유지법? 『슈퍼맨은 왜 미국으로 갔을까』

2018-03-14     김승일 기자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모든 문화 현상에는 이유가 있다.”

문화심리학자 한민 우송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는 『슈퍼맨은 왜 미국으로 갔을까』에서 세계 여러 나라 문화의 이면을 해부한다. 그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좋아하거나 믿거나 집착하는 것들은 모두 그 시대 사람들의 심리를 그대로 투영한다고 봤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나는 흙수저니까’라는 변명이 유행하는 이유를 “부정적인 사건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림으로써 잃어버렸던 통제력을 되찾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청년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자신이 불행한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으며 현실을 받아들이고 마음을 다잡을 수밖에 없다.

서양 영화에서 유독 동양인들을 미개하고 야만적으로 묘사하는 이유도 분석했다. 그는 영화 <300>에서 페르시아인들이 유독 흉포하고 거칠고 잔인하게 그려진 이유를 서양인에게 각인된 서구중심적 사고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페르시아 및 대다수의 동양 국가들은 서양인들이 믿는 것과 정반대다. 페르시아 아키메네스 왕조의 창시자 키루스 대왕이 발표한 인권선언문(키루스 실린더)에는 ‘모든 시민은 종교의 자유가 있으며, 노예제도를 금하고, 국가 사역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는 급여를 지급한다’고 쓰여 있을 정도다.

저자는 슈퍼맨, 배트맨, 캡틴아메리카가 1930년대 말 즈음해서 탄생한 이유를 “당시 경제 공황에 시달리던 대다수의 미국인들의 욕망이 표출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당시 경제난으로 상처 입은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회복시켜주는 영웅이었다는 것이다.

관우가 실제로 사용된 적도 없는 82근(약 49kg)짜리 청룡언월도를 들었다고 기록된 데도 이유가 있다. 관우의 영웅담이 담긴 『삼국지연의』는 중국이 이민족 몽골의 지배를 받던 시대에 쓰였기 때문이다. 슈퍼맨이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회복했듯이 관우 역시 마찬가지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책에는 ‘왜 좀비가 미국에서 나타났는지’, ‘귀신은 왜 사람들 마음속에 존재하는지’, ‘인종 혐오는 왜 일어나는지’ 등 많은 사람들이 비판 없이 받아들였던 사실들을 파헤친다. 다소 급진적일 수 있는 주장도 있지만, 저자의 기발한 분석들을 참고해 볼만 하다.


『슈퍼맨은 왜 미국으로 갔을까』
한민 지음 | 부키 펴냄 | 436쪽 | 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