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최민석 “스포츠카 열 대보다 나은 것”

2017-11-06     정연심 기자

독서신문은 소설집 등 책의 맨 뒤 또는 맨 앞에 실리는 ‘작가의 말’ 또는 ‘책머리에’를 정리해 싣는다.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는 작가가 글을 쓰게 된 동기나 배경 또는 소회를 담고 있어 독자들에겐 작품을 이해하거나 작가 내면에 다가가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에 독서신문은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를 본래 의미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발췌 또는 정리해 싣는다. 해외 작가의 경우 ‘옮긴이의 말’로 가름할 수도 있다. <편집자 주>

[독서신문] 언젠가 천재도 노력해야 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젊은 시절 반짝거리던 천재의 재능이 빛을 잃는 순간, 자신의 인생도 깜깜해진다는 내용이었다. ‘아뿔싸!’ 그때 나는 천재도 아니면서 빈둥대며 세월의 강에서 부유하고 있었다. 내 노트북에는 먼지가 쌓여가고 있었고, 손가락은 무뎌져 글 쓸 때의 격정적이고 역동적인 리듬을 잊어가고 있었다.

당시 내 손가락이 하는 일이라고는 맥주잔을 쥐고, 안주를 잡는 정도였다. 그 기사를 접하니, 다시 현역으로 복귀하고 싶은 운동선수의 심정이 되었다. 손가락을 늦은 저녁 문어 다리나 잡는 데 쓰지 않고, 이른 아침 피아니스트가 연구하듯 타자를 치는 데 쓰고 싶어졌다.

하여 나는 또 한 번 매주 글을 쓰기로 했다. 작가는 좋은 평가에 목매는 사람이 아니라, 걸작이든 졸작이든 꾸준히 쓰는 사람이니까. 몸 상태는 엉망이었지만, ‘최고의 때’는 ‘하고 싶은 때’라는 말을 믿기로 했다.

내 글이 딱히 바뀐 건 없다. 그저 줄곧 써온 대로, 나만의 방식대로 계속 썼다. 몇 년 간 같은 방식으로 글을 쓰며 내 변화를 스스로 지켜본 뒤 한 생각은 두 가지다.

첫째, 사람은 변화에 무력한 존재이니, 기왕 변할 것이면 좋게 변하자.
둘째, 내가 변하듯 독자도 세상도 변할 테니, 함께 좋은 방향으로 변해 같이 성장하고 늙어가자.

이 두 가지만 이뤄진다면 스포츠카 열 대를 가지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 / 정리=정연심 기자

『꽈배기의 멋』
최민석 지음 │ 북스톤 펴냄 │ 288쪽 │ 1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