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말’로 번역하는 외국어 『번역의 탄생』

2017-10-31     황은애 기자

『번역의 탄생』
이희재 지음 | 교양인 펴냄 | 17,800원

[독서신문] 저기 빨간색 장미꽃이 피어 있다. 누군가는 그를 보고 ‘붉다’고 표현할 수도 있고, ‘새빨갛다’고 말할 수도 있으며, ‘불그스름하다’고도 할 수 있다. 똑같이 한글을 배운 사람들끼리 같은 걸 보더라도 표현법은 가지각색이다.

다른 표현법은 단순히 사물이나 사람 등 시각적인 무언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영화나 책 등 외국어로 된 매체를 한국어로 표현하려할 때도 사람마다 달라진다. 예컨대 “His father's sudden death forced him to give up school”을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다”던가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떤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꿔 말하는 걸 ‘번역’이라고 한다. 앞서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한 두 문장 모두 틀린 문장은 아니지만, 두 번째 문장이 조금 더 한국인에게 쉽게 읽힌다. 첫 번째 문장은 영어 번역투이고, 두 번째 문장은 한국인들이 말할 때 더 자연스러운, 그러니까 ‘입말’과 비슷해서다.

도서 번역을 전문으로 한 저자는 처음에 ‘입말’다운 번역을 지양했다. 원문의 결을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직역으로 글을 옮겨 적었다. 그러다 영어, 일본어, 독일어 등 외국어로 된 여러 글을 번역하면서 한국어에 눈을 뜨게 됐다. 이미 많은 책이 한국어의 색을 잃고 영어, 일본어투에 상당히 물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잃어버린 한국어를 찾아 한국인 정서나 문화에 맞게 의역을 하기 시작했고, 자신이 느낀 바를 알리기 위해 이 책을 펴냈다. 예문을 제시하고, 예문에 대한 영어 번역투와 한국어스러운 번역을 비교해가며 설명해 이해하기 쉽다. 번역을 떠나서 글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충분히 도움 될 만한 책이다.

‘직역은 틀리고 의역이 옳다’고 단정 지어선 안 된다. 빨간색 장미꽃을 보고 ‘붉다’, ‘새빨갛다’, ‘불그스름하다’라고 하는 것처럼, 사람마다 표현하는 방법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외국어로 적힌 글을 우리 ‘토박이말’로 승화시켜 한국의 색깔을 찾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 황은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