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읽는 시] 늙어야 가장이다

2017-10-30     엄정권 기자

[독서신문]

늙어야 가장이다

지하철 환승하듯
서른 줄로 갈아탄 아들 녀석

정부미 먹던 바람 찬 옛 이야기
늙은 애비 말은

편의점 영수증처럼 슥 구겨 버린다

보송하던 딸년도
치마가 짧아지고 귀가도 멋대로

일찍 오라는 애비 카톡
1이 없어지는데 하룻밤 걸린다

발바닥 군살 허옇게 긁으며
종편 패널에 열 올리는 늙은 아내
늙은 남편 밥상에까지 침이 튄다

새끼 고양이 ‘샤르’
견갑골을 으쓱이며
늙은 주인 팔뚝을 한 입 깨문다
밥 달라고

그래, 밥 달라고 할 때가 좋을 때였다

글=엄정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