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읽는 시] 해바라기는 밤에도 해바라기

2017-07-20     엄정권 기자

[독서신문]

해바라기는 밤에도 해바라기

하늘이 온통 땀투성이가 되더니
까마귀 날지 않고 풀잎은 미동마저 멈춘다

간밤 푸른 달빛에 반짝이던
알몸의 빨간 구두 아가씨
깊은 녹음에 그림자마저 숨기는데
오후는 혼자 숨가쁘다

오늘 낮에도 바람이 없으려나
긴 목에 힘줄 돋운 채 정물화처럼 서 있다
오늘도 밤엔 누가 오시려나
얼굴이 부채처럼 펴지며 웃는다, 점박이 처녀

/ 글= 엄정권 기자, 사진=이태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