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걸스 『그런 여자는 없다』 - 노처녀·팜므파탈·롤리타 성차별적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는 여성들

2017-04-25     이정윤 기자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저는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잠자는 숲속의 미녀』 같은 사랑스러운 동화들에서 매우 이상한 점을 발견했어요. 바로 동화 속 여주인공은 항상 그녀가 얼마나 예쁜지, 얼마나 착하고 여성스러운지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는 거예요. 반면, 힘을 지닌 여자들은 항상 못생겼거나 사악하게 그려져요” 

열두살 소녀가 한 말이다. 이는 비단 동화에서만 발견되는 현상이 아니다. 예부터 여성들은 사회의 고정관념에 의해 행동을 제약받고 통제받아 왔다. 자연스럽게 이에 맞서 싸우는 페미니즘 집단도 다양한 형태로 생겨났다. 우리나라를 예로 들면, 광우병 집회에 나타난 ‘삼국까페’ 회원들, 투쟁의 현장에 밥차를 몰고 온 ‘82쿡’ 회원들, 다양한 비혼의 삶을 실천하고 있는 언니네트워크 등 용감하고 아이디어가 넘치는 페미니스트들이 많다.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삶에 미치는 영향력을 약화하고자 이 책을 쓴 ‘게릴라걸스’는 뉴욕에서 결성된 페미니스트 행동주의 그룹이다. 이들은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1985년부터 지금까지 30년 넘게 활동 중이다. 주로 공공장소에 고릴라 가면을 쓰고 나타나 성차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인다. 또, 주변의 성차별 이슈들을 찾아 유머와 재치, 충격적인 이미지, 그리고 실제 사실들을 조합해 그 의미를 비틀어 전하는 게 주특기다. 

고정관념 중에는 일부 긍정적인 것들도 있지만, 노처녀, 팜므파탈, 롤리타 등 대체로 여성 혐오적인 것들이 많다. ‘여성들이 억지로 몸을 끼워 맞춰야 하는 터무니없이 작은 상자’라는 표현도 크게 과장된 것은 아니다. 그래서 ‘게릴라걸스’는 지금 시대에 가장 사랑받는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들과 가장 악명 높은 고정관념들의 기원과 역사, 그리고 이름만 바꿔가며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는 고정관념들을 파헤친다. 그에 얽힌 허점을 찾아내 부정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우리는 ‘여자아이는 분홍, 남자아이는 파랑’이라는 공식에 익숙해져 있지만, 192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서양에서는 4, 5세 이하의 아기들은 성별에 관계없이 똑같은 옷을 입었다. 하지만, 20세기 초반 사회 개혁가들이 유아복을 실용적으로 바꾸자는 캠페인을 벌이면서 성별에 따라 유아복의 색깔을 달리 입히게 됐다. 이 같은 사소한 변화가 쌓여 지금의 성차별이 된 셈이다. 이 책에서 성차별적 고정관념에 대한 ‘게릴라걸스’의 방대한 리서치와 재치 있는 비틀기를 만나보자.

『그런 여자는 없다』 
게릴라걸스 지음 | 우효경 옮김 | 후마니타스 펴냄 | 356쪽 | 16,000원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22호 (2017년 4월 24일자)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