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책 ② - 내사랑 야옹이] 야옹이의 동그란 눈에는 화를 스르르 녹이는 힘이 있다

2017-03-14     이정윤 기자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서울에 50여년을 살다가 경기도 가평의 경반리라는 산골 동네로 옮겨와 살고 있는 시골 할배 다니엘 최. 직업은 정원관리인, 작가, 출판사 대표다. 이사 온 지 3년이 다 되어가던 2011년 5월, 아들이 서울에서 오면서 예쁜 플라스틱 케이지 속에 고양이를 담아왔다. 엄마가 쥐 때문에 고생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분양받아 가지고 온 것이었다. 그렇게 다니엘 최 가족은 야옹이에게 한눈에 반해 버렸다. 집안을 조심조심 기어 다니던 야옹이는 어느새 자라 모성애 넘치는 엄마 고양이가 됐다. 

* 아내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무척이나 놀란 목소리였다. 들어보니 야옹이가 농약을 먹은 것 같은데 아무래도 죽을 것 같다는 게 아닌가! 수의사는 진찰을 해보더니 위세척을 해 보자고 했다. 죽을 확률이 90% 가까이 되는 데 여기다 맡겨 놓고 가면 내일 아침까지 전화를 해 주겠다고 했다. 만약에 죽으면 여기서 그냥 처리할 터이니 치료비는 나중에 온라인으로 부쳐주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야옹이가 살아났단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녀석은 플라스틱 케이지에서 쏜살같이 튀어나가더니 비틀거리면서도 새끼들이 있는 작은 방으로 향했다. 가다가 넘어지면 또 버둥대면서 일어났다. 아내와 나는 어미의 자식 사랑은 동물이나 사람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터득했다.

* 야옹이 녀석은 밤 11시부터 새벽 1시경까지는 장롱 위에서 잠을 잔다. 그러다가 2시부터 외출을 해서 다른 고양이와 놀기도 하고 들쥐도 잡다가 내가 새벽 6시에 새벽기도 마치고 돌아오면 대문 옆 담장에서 나를 맞이한다. 

* 야옹이가 명상하는 시간에는 아무도 방해를 하면 안 된다. 어쩌면 어제 꼬맹이(다니엘 최가 키우는 강아지)와 싸운 것을 반성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 나는 왜 이렇게 마음이 너그럽지 못하고 앙칼 맞은 걸까? 내일은 꼬맹이 오빠한테 잘해야지’ 아니면 ‘오늘 저녁에도 참치를 먹을 수 있으려나?’ 이런 생각을 할까?

* 4m 까마득한 높이의 난간 위에 아슬아슬하게 누워서 취침을 즐기고 있는 야옹이 녀석. 아마도 전생에 서커스 단원이었음에 틀림없다. 아니면 체조 요정 코마네치의 수제자였을까? 폭 12cm의 난간에 누워 자면서도 떨어지지 않는 건 타고난 운동신경 때문이리라. “야옹아, 너 거기서 떨어지면 곧바로 추락사한다”

*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면 사람들이 성격도 유순해지고 더 자주 행복감을 느낀다는 사실은 이미 세계적으로 공인된 학설이다. 사실이 그렇다. 직접 수년간 키워보니까 그들의 선한 눈망울을 보고는 다른 마음을 품을 수가 없다. 순간적으로 화가 났던 마음도 그 동그란 눈을 들여다보면 어느 사이엔가 스르르 봄눈 녹듯이 녹아버린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주변의 많은 사람을 만나 본 결과 개똥철학자인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착하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착해질 수밖에 없다” 

■ 내사랑 야옹이
다니엘 최 지음 | 행복우물 펴냄 | 160쪽 | 9,500원

* 이 기사는 2017년 3월 13일자 독서신문 [커버스토리-반려동물 책] 지면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