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실컷 놀아라! 양심의 가책 받지 말고”

노르베르트 볼츠 『놀이하는 인간』

2017-03-07     이정윤 기자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19세기가 생산자의 시대, 20세기가 소비자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놀이하는 사람의 시대다. 정말 가치 있는 모든 것, 예컨대 문화나 새롭고 창조적인 것, 삶에서 느끼는 즐거움 등 우리가 누리는 이 모든 것은 놀이하는 사람들 덕분에 가능하다. 

호모 루덴스(Homo Ludens), 놀이하는 인간을 뜻하는 단어도 생겼다. 수백만명이 매주 로또 복권 용지에 ‘자신을 위한 행운’의 숫자를 기입하고, 텔레비전에서는 게임쇼가 인기를 끌며, 문화생활 대신 컴퓨터 게임에 빠진 이들도 상당수다. 놀이 행위가 도처에 깔려 있다.

사람들은 놀이하기를 원하고, 놀이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 놀이는 인생의 큰 자극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놀이 행위는 삶의 즐거움을 가장 순수하게 표현하는 형식이다. 따라서 놀이하는 사람들에 대한 학문적 주목을 가로막은 현대의 세계는 변해야 한다. 이 책의 저자 노르베르트 볼츠 교수는 기꺼이 그 작업의 첫 개척자를 자처해 “놀고 싶으면 놀아라! 양심의 가책을 받지 말고!”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오히려 놀이의 세계는 현실보다 ‘더 나은 세계’일 수 있다. 놀이의 공간은 울타리가 쳐진 생활 세계이고, 그 안에서는 모든 것이 규칙에 맞게 굴러간다. 놀이 규칙을 통해 좋은 질서가 보장되고, 그 질서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안다. 

우리는 ‘놀이하는 인간’과 관련해 완전히 잊어도 되는 것이 있다. 중독 문제다. 진정으로 놀이하는 사람은 열정적이기 때문이다. 중독이라는 비난은 달리 표현하면 좋은 놀이들이 갖고 있는 유혹의 힘이다. 그러니 앞으로는 ‘놀이의 쓸모’를 발견해 우리 삶과 사회에서 천대받던 놀이를 새롭게 복권해야 할 것이다. 

■ 놀이하는 인간
노르베르트 볼츠 지음 | 윤종석·나유신·이진 옮김 | 문예출판사 펴냄 | 292쪽 | 15,000원

* 이 기사는 2017년 3월 13일자 독서신문 1619호 [리뷰] 지면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