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치즈가 익을 때 종교도 전쟁도 사라지고, 홍차가 더울 때 세계인 우정이 싹튼다

장졘팡 『지구 어디쯤, 처음 만난 식탁』

2017-01-10     이정윤 기자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아직 네팔의 버터차, 프랑스의 키슈를 먹어 보지는 않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인생의 맛은 충분히 맛볼 수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장졘팡이 그린 식탁 위의 세계가 선사하는 선물이 아닐까.” - 가오친원 작가 추천의 글 중 

독자들이 책 『지구 어디쯤, 처음 만난 식탁』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면 이런 느낌을 받을 것이다. 작가 장졘팡은 배낭여행을 즐기면서 음식과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데, 저서로는 『한 명의 여행자와 16개 식탁』이 있다. 

그는 음식의 이야기가 곧 사람의 이야기라 생각한다. “세상은 연기와 같고 기억 속 이야기는 이미 먼 옛이야기가 됐지만 음식은 늘 좁디좁은 문틈을 열어주는 매개체가 된다.” 그래서 이 책은 음식 여행이라는 겉옷을 입고, 국제정치와 종교 충돌에 관한 이야기를 차분하게 풀어 놓는다.

장졘팡이 스페인, 프랑스, 독일, 그린란드, 터키 등을 옮겨 다니며 맛본 음식은 다양하다. 토끼고기가 들어간 파에야, 부엌에 남은 재료를 긁어모아 만든 프랑스의 키슈, 구운 갈빗살에 수제 산딸기 잼을 곁들인 덴마크 음식, 물이 섞이면 우윳빛으로 변하는 터키의 국민 술 라키까지 한 번쯤 맛보고 싶은 음식들이 가득하다.

이 귀중한 음식을 대접한 각국의 친구들은 식탁 위에서 곁들일 만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장졘팡도 자신이 낯선 나라에서 찾아온 이방인이라는 생각을 금세 지우고 이야기에 몰입해 그 나라를 차츰 알아가기 시작했다. 

독일 남부 지방에서 만난 칼 아저씨는 수제 치즈 한 조각을 내밀며 그 치즈가 가진 ‘1,000년의 고약한 냄새’가 ‘1,000년을 이어 온 고약한 악습’에서 비롯된 것임을, 쿠르드에서 만난 백발의 노인은 직업이 이야기꾼이라며 쿠르드의 장년층들이 즐겨 마시는 발효된 홍차의 찻잎이 스리랑카에서 배를 통해 이라크나 이란으로 들어간 후 육지를 거쳐 터키 국경으로 밀수된 것임을 알려줬다. 

이들과 나눈 기억을 하나씩 더듬어 이야기로 만든 작가의 수고로움에 감사를 표한다. 이 책을 통해 더 다양한 각도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 

■ 지구 어디쯤, 처음 만난 식탁
장졘팡 지음 | 김지은 옮김 | 생각정거장 펴냄 | 308쪽 | 15,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