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인 북] 우연히 펼쳐 든 그림책, 가슴 속 불꽃이 되었다

최혜진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2016-10-25     이정윤 기자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렸으나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살았던 가치가 있다. 희망, 평등, 우정, 연대, 긍정, 용기…. 친구가 넘어져 울면 안타까움에 눈물을 글썽일 줄 알았던 시절, 주머니를 채운 딱지, 구슬, 나뭇잎, 자갈로도 만족하고 기뻐할 줄 알았던 시절에 믿고 따랐던 가치들인데 어른이 될수록 그런 일은 줄어들었다.

작가도 그랬다. 어떤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 감탄이 아픔을 동반하면 그 창작자와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랑이 장르 전체에 대한 무조건적 호감으로 발전할 때가 있었는데 그런 황홀한 충돌은 자주 찾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패션지 피쳐 에디터로 일한 지 10년, 작가는 직장 생활을 정리하고 프랑스로 이사했다.

틈만 나면 서점에 나가던 습관은 여전했는데, 불어 실력이 형편없었다. 그래서 문학과 인문 코너 대신 어린이 코너로 갔다. 별생각 없이 펼쳐 든 그림책 한 권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책장을 넘길수록 “와…” 하고 나지막한 감탄이 나왔고, 마음속에서는 감탄이 폭죽처럼 터졌다. 그는 그림책 작가들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6,708킬로미터를 이동해 가며 만난 열 명의 예술가는 까만 눈을 가진 한국인 기자(작가)가 던진 낯선 질문에도 오랜 시간 축적한 통찰과 진솔한 경험담을 아낌없이 나눠줬다. 인터뷰를 마치고 아틀리에를 나설 때면 언제나 ‘이렇게 살고 싶다’라는 다짐을 하게 됐다.

이 책은 그 열편의 소중한 인터뷰를 담고 있다. 쉬지 않고 활동하는 30년차 작가 조엘 졸리베가 알려주는 ‘관찰력을 기르는 법’, 인기 만화 ‘리타와 마샹’을 쓴 올리비에 탈레크가 들려주는 ‘공감이 창의력에 미치는 영향’, 프랑스 국민 작가 클로드 퐁티가 ‘상처를 성장의 밑거름으로 승화한 방법’까지 풍성하다. 제2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이다.

■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최혜진 지음 | 신창용 사진 | 은행나무 펴냄 | 312쪽 | 1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