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폼장] 3밀리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

지적 대화를 위한 폼나는 문장 - 『내 가게로 퇴근합니다』에서

2016-07-25     엄정권 기자

[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우리 가게의 킬링 메뉴는 밥도둑이라 불리는 간장게장이다. (중략) 간장게장 상차림을 연습하기 위해(아직 가게 오픈 전이었다) 매뉴얼에 따라 반찬을 포함한 한 상을 차려 보았다. 그러나 왠지 그림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접시에 담긴 꽃게가 소스에 푹 잠긴 모습이 마치 꽃게가 간장에 빠진 모양새였다. (소스 양도 바꿔보고 꽃게 위치 등 바꿔봤지만)

다음날 어머니 가게를 방문해 문제의 원인을 찾아냈다. 둥근 접시의 구배(가장 깊이 들어간 중심부터 테두리까지의 경사)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접시에 소스를 가득 담고 중심의 깊이를 재어보니 정확히 우리 접시와 3밀리미터 차이가 났다. 세상에, 3밀리미터 차이로 이렇게 다르게 보였다니. 세련된 우리 접시는 모두 버리고 새로 구입했다.

『내 가게로 퇴근합니다』 75~77쪽 │ 이정훈 지음 │ 한빛비즈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