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오빠 알레르기』 고은규 작가 "알게 뭐야. 파이팅!"

2016-07-08     엄정권 기자

독서신문은 소설집 등 책의 맨 뒤 또는 맨 앞에 실리는 '작가의 말' 또는 '책머리에'를 정리해 싣는다.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는 작가가 글을 쓰게 된 동기나 배경 또는 소회를 담고 있어 독자들에겐 작품을 이해하거나 작가 내면에 다가가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에 독서신문은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를 본래 의미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발췌 또는 정리해 싣는다. <편집자주>

[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소설집 『오빠 알레르기』 고은규 작가의 말= 소설에 대한 내 사랑이 절실하지 않아서였을까. 자꾸만 의심하게 된다.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일이 자원만 낭비하는 무의미한 짓은 아닌가. 이제는 그만 쓰는 것이 여럿을 구원하는 일이 아닌가. <중략>

번민과 격정의 시간을 겪은 후 담담한 마음으로 단편집을 묶는다. 이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변한 게 없다. 생업을 통해 돈을 벌고 남은 시간에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트북 안에는 내가 구축할 세계가 있고 그것들이 소설답게 태어나도록 시간을 견디는 일. 그리고 태어난 인물이 현실의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일. 나는 다행히 그것을 믿기 때문에 글을 놓지 못하고 있다.<중략>

이 책 안에는 일곱 개의 이야기가 있다. 작가 후기를 쓰기 전, 일곱 명의 주인공들을 불러냈다. 나를 포함한 여덟 명이 마주보고 앉았다. 애틋하고 뭉클한 기분은 당연하다. 오랜 시간, 그들을 생각하며 글을 쓰다 보니 휴대폰 목록을 뒤지면 전화번호를 내밀며 나타날 것 같다. <중략>

작가와 가장 비슷한 연령대의 「오빠 알레르기」의 '나'에게는 속 터놓고 하소연을 하고 싶다. 우린 이제 어쩌니. '오빠' 지지자들에게 비아냥거림을 들을 텐데. '나'가 말한다. "알게 뭐야.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