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인 북] 지구촌 떠돌이 6개월 아기…“미루야, 네 집은 어디니?”-『노마드 베이비 미루』

2016-06-30     엄정권 기자

[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네덜란드 아빠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서 잉태됐는데, 잉태된 게 어디냐? 아프리카 케냐. 이 정도만 돼도 범상치 않은 글로벌 아기다. 옛 사람들은 역마살 끼었다고 한마디 할 법하다. 걷지도 못하는 아기가 더 역마살 낀 부모 때문에 지금도 세상 어딘가 ‘정처 없이’ 떠돌고(?) 있다.

가족은 ‘자연에서 자급자족하며 소규모 공동체와 함께하는 생활하는 대안적인 삶’을 실천할 장소를 찾아 나섰다. 웨레흐트, 베를린, 브뤼셀, 드노,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그라나다, 리스본 등을 떠돌았다. 미루는 늘 건강했다.

사진이 정말 재미있다. 아기 모습은 인종을 가리지 않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천사 그 자체이긴 하지만. 엄마가 찍은 미루는 한 장 한 장 넘기며 볼 때마다 조금씩 어떤 때는 훌쩍 큰 듯한 인상이다. 비록 번듯한 돌상을 받지는 못했어도 장난감이나 책은 부족해도, 그리고 아빠의 조그만 차 안에서 ‘새우잠’을 잔다 해도 그 미소엔 천사가 함께한다.

별일 다 겪었다. 어른이 겪어도 몇 년은 우려먹을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스페인에서는 미루네 가족이 탄 자동차가 고속도로 한 가운데서 불에 다 타고, 포르투갈에선 중간에 산불이 나 헬리콥터까지 뜨는 일도 있었다. 아기한테는 에피소드가 아니라 스펙터클(?)이다.

미루의 여행은 인생의 불확실성을 닮았다. 그러나 미루에게 그 불확실성은 장차 인생의 확실한 행복을 위한 고되고 벅찬 여정 아니겠는가. 세상에 대한 면역력이 생길테니까. 그 것도 글로벌 면역력으로.

한국의 할머니는 손녀 딸에게 이것저것 먹이는 재미에 푹 빠지기도 했다. 전복죽을 게눈 감추듯 뚝딱 해치우자 할머니는 “애 아빠가 돈 좀 벌어야겠다”고 한마디 한다. 미루의 올챙이 배에 가족의 행복도 한껏 부풀어 오른다.

■ 노마드 베이비 미루
최승연 글·사진 │ 피그마리온 펴냄 │ 350쪽 │ 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