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폼장] 아빠가 술 마시고 들어오는 밤

지적 대화를 위한 폼나는 문장 -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에서

2016-03-31     엄정권 기자

[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아빠가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밤이면 우리는 떠날 준비를 했다. 엄마는 간식과 두꺼운 옷가지를 챙겼고, 우리 남매는 교복을 입고 가방을 둘러맸다.

그리고 집을 나섰다. 깜깜한 밤, 우리는 15층에서 엘리베이터도 타지 않고 아파트 외벽 계단을 살금살금 내려왔다 .

그리곤 주차장 구석에 서있는 빨간색 티코를 탔다. 귀여운 무당벌레 같은 빨간 티고는 조용하고도 날쌘 동작으로 아파트 단지를 떠났다. 밤의 피크닉. 나는 우리의 짧은 여행을 밤의 피크닉이라고 불렀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104쪽 | 고수리 지음 | 첫눈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