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인 북] 『폭풍의 언덕』의 하워스 고원-『여행자의 인문학』에서

2016-02-05     엄정권 기자

■ 여행자의 인문학
문갑식 지음 │ 다산북스 펴냄 │272쪽│13,800원


[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노벨문학상을 유럽 작가들이 쓸어가자 미국 관계자가 볼멘소리를 했다. 왜 유럽이 노벨문학상을 독점하느냐고. 유럽 관계자는 별 고민 없이 답했다. “우리가 미국을 이길 수 있는 게 뭐 있냐. 축구와 문학 밖에 더 있냐”고.

유럽은 문학의 본고장이며 아직 예술의 찬란함을 간직하고 있다. 유럽 어디를 가든 문학의 향기를 맡을 수 있으며 미술 작품에 푹 빠져볼 수 있는 곳이다.

이런 곳을 저자 문갑식은 자동차로 누볐다. 1년 동안 영국 전역과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독일 등 총 누적거리 3만8000킬로미터라고 말한다. 국내에서의 주행거리 3년치보다 많다. 200자 원고지 1800매 분량을 썼다. 그리고 추리고 추려 책 『여행자의 인문학』을 냈다.

                  

                  『폭풍의 언덕』은 사랑과 배반, 실연과 증오, 
                    
질투와 복수 등 인간 모든 감정이 
                     한 번에 총망라 된 소설이다. <본문 21쪽>

에밀리 브론테 소설 『폭풍의 언덕』의 배경인 ‘폭풍의 언덕’을 천신만고 끝에 찾아간다. 기어이 도착한 하워스 고원, 히스꽃과 잡초 외엔 아무 것도 없다. 무(無)의 세계. 바람소리만 이방인을 맞는다. 캐서린과 히스클리프가 이 세상에서 못 다 이룬 사랑, 그 둘은 유령이 돼 사랑을 속삭이며 벌판을 떠돌 것 같다고 저자는 말한다. 에밀리 브론테는 소설에서 폭풍의 언덕을 이렇게 묘사한다. “영국 전체를 통틀어 봐도 세상과 이토록 동떨어져 있는 집은 찾기 어려우리라. 그런 뜻에서 본다면 히스클리프와 나는 이곳에서 외로움을 나누기에 가장 적당한 사람들인지 모른다”

저자는 해리 포터의 산실, 셜록 홈즈가 있는 런던 거리, 셰익스피어 생가, 알베르 까뮈가 살았던 골목, 고흐가 즐겨 그린 해바라기의 고장 등 유럽 인문학의 지성을 대표하는 20명을 골라 온몸으로 담아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유럽을 가려면 이 책을 들고 가라. 책 속의 사진 또한 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