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구르는 돌

'詩의 숲'

2015-12-24     독서신문

                                       김 을 순


흐르는 물에 조약돌 하나 굴러간다
깊은 물속에 떨어지면 하늘만 보고 있다가
장대 같은 빗줄기 퍼붓고 가면
출렁이는 물결 타고 뛰어올라
다시 여행을 시작한다

어린 소녀를 만나 손바닥에 올라앉는다
요리조리 구르고 안겨도 보고 행복했지만
무슨 이유로 토라져 떠나버린 소녀
조약돌은 물가에 주저앉아 운다


-김을순 시집 <혼자 구르는 돌>에서


■ 김을순

1947년 강화에서 출생하여 2014년 ≪한맥문학≫으로 등단. 시집 <혼자 구르는 돌> . 군포 수리담시문학회, 인천문인협회 회원.

■ 감 상

조약돌은 혼자 움직일 수 없다. 흐르는 물이 있어야만 비로소 움직이기도 하고, 아름다운 모양을 빚어내기도 한다. 세상을 마음대로 활보한다고 믿는 우리는 어떠할까. 우리 역시 고작 몇 걸음만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을 뿐이다. 그 외에는 세상의 흐름에 따라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는 형국이다. 세상에 밀려 흘러다니다가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행복한 시절을 만나기도 하고, 반대로 아주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기도 한다. 이 때도 세상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있어야만 다른 곳으로 이동이 가능해진다. 그러니 살아있으므로 온통 자유롭다고, 내 뜻대로 살 수 있다고, 말하지 말자. / 장종권(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