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길 위의 인생 표지판

2015-12-05     한지은 기자

[독서신문 한지은 기자] 살면서 한 번쯤은 정처 없이 어딘가로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일탈과도 같은 방랑은 우리 인생에 잠시 쉬어가는 휴식처가 될 수도, 새로 시작하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여성학자, 방송인, 강연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20년 넘게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저자는 어느 날 ‘남들은 다 행복한데 나만 불행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보약을 먹어도, 풍광 좋은 곳에서 쉬어도 매일매일 새롭게 아팠다. 장애아를 둔 대가족의 한 부모 가장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행복하게 살았던 그가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삶의 무게를 1g이라도 줄이고 싶었던 그녀는 불현듯 생각나는 사람들을 찾아 전국을 떠돌았다. 서울, 경기, 전라, 충청, 강원, 경상도를 지나 대한민국 맨 끄트머리 제주까지, 그 길에서 만난 인생 고수들에게 한 수 제대로 배운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정리했다.

이 책은 3년여 방랑길에서 길어 올린 저자 오한숙희의 힐링 메시지이며 값진 경험에 대한 ‘신의 한 수’의 기록이다.

귀곡산장 같은 강원도 태권도장에서 만난 사범님, 손님이 없는데도 매일 새 반찬을 만들어 손님을 기다린 송희 씨, 밤마다 세헤라자데 복장으로 춤추며 인생 천일야화를 꽃피우고 있는 소피아 할머니, 죽지 않으려고 매일 두부를 만들며 희망을 이어온 맷돌 촌두부 식당 아저씨. 사는 게 좋다고 늘 웃는 그들에게도 누구보다 깊은 고통의 시간이 있었다.

이들이 살아가는 힘과 행복은 달달함 같은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며 찾아낸 삶의 지혜, 그것은 그들의 신의 한 수였다.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행복할까 찾아 헤맨다. 온 신경을 밖으로 향한 채 정작 내 안은 텅 비워 두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해야만 행복하도록 타고난 무언가가 이미 내 안에 있다. 딱 그걸 해야만 행복한 것. 그것이 당신의 신의 한 수다.

■ 사는 게 참 좋다
오한숙희 지음 | 나무를심는사람들 펴냄 | 232쪽 | 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