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딸을 유괴?

2015-09-16     한지은 기자

[독서신문 한지은 기자] 뉴스에서 어린아이들의 유괴 사건이 들려올 때면, 비록 아이의 부모가 아니라 할지라도 괜스레 가슴을 한번 쓸어내리게 된다.

그러나 이 유괴 당사자가 그 아이의 부모라면? 이게 무슨 황당한 경우인지, 유괴라고 할 수나 있는 건지 의아해하겠지만, 여기 딸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아이를 데려갈 수밖에 없었던 한 아버지가 있다.

최근 미국문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 중 한명인 애미티 게이지의 최신작 『슈로더』는 아버지의 애정이 예기치 않은 사건들과 세상의 차가운 편견을 통해 끔찍한 범죄로 몰리는 비극적 과정을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문체로 풀어낸다.

아버지와 어린 딸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일주일간의 비밀여행은 가슴 뭉클한 부성애와 가족 간의 사랑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깊은 고찰의 시간을 선사한다.

이혼 후 딸의 방문을 손꼽아 기다리며 사는 아버지 에릭은 자꾸만 딸을 만나지 못하게 되자 극심한 슬픔과 분노, 좌절을 느낀다. 상실감과 불안함이 극에 달한 에릭은 어느 날 충동적으로 딸을 데리고 몰래 여행을 떠난다. 단순히 딸과 예전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아버지는 생각과 달리 파렴치한 유괴범으로 몰리고, 추적을 피해 도망 다니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철저히 감춰왔던 과거의 비밀까지 온 세상에 드러날 위기에 처한다.

이 책은 사랑하는 사람들 간에 균열이 생기는 과정을 에릭의 사랑과 이별을 통해 보여준다. 저자는 주인공의 아슬아슬한 심리 상태를 설득력 있게 들려주며, 그의 삶의 모습을 거울삼아 우리가 진정한 자아와 진실한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도록 유도한다.

■ 슈로더
애미티 게이지 지음 | 토마스 안·벨라 정 옮김 | 앰버리트 펴냄 | 368쪽 | 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