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디

2013-08-20     독서신문
                                     이병구
 
 
씨앗 깨고 솟아나는 탄생의 발자국
그것이 삶의 몸짓이런가
여린 싹 움터 힘겹게 한 마디 솟고
떡잎 의지하며 다시 일어서는 이음의 세상
누군가 쪼개놓은 년월일시 분분초초
그 안에 ‘봄여름갈결’ 세월도 있단다
 
끝없이 펼쳐진 빈 공간 채워가는 것
가다가 가다가 기진하고 지친 날에도
고귀한 삶의 보람, 거기에 또렷이 있으니
서로 어긋나면서도 공존하는 밤과 낮
그곳에 의연한 네 몫이 있구나
 
네가 하찮게 여기는 초목들이 지닌 마디
너 살아온 여정에도 고통에 응어리진 마디
호사스럽게 웃자란 마디 마디
희로애락 담겨진 속 깊은 곳에
옹골차게 모두 채워 넣고 뻗어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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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감상]
 
삶의 새로운 가치 추구

▲ 이병구 시인    
「마디」는 전편을 통해 인간의 탄생과 일생을 릴리컬한 서정적 시어(詩語)로서 구축하는 자세가 신선미를 크게 더해준다. 유능한 시인은 보이지 않는 것을 꿰뚫어보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 교수는 이병구 시인의 시에 대해서 굳이 평가하고 싶다. 남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그것을 새로운 이미지로서 써내는 시적인 파워야말로 오늘의 현대시가 요구하는 값진 사항이다.

“씨앗 깨고 솟아나는 탄생의 발자국/ 그것이 삶의 몸짓이런가/ 여린 싹 움터 힘겹게 한 마디 솟고/ 떡잎 의지하며 다시 일어서는 이음의 세상/ 누군가 쪼개놓은 년월일시 분분초초/ 그 안에 ‘봄여름갈결’ 세월도 있단다”는 이미지네이션의 역동적인 전개야말로 자못 감동적이다. 시인이 새로운 시어를 만들어 구사하는 것도 우리 한국어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기에 ‘봄여름갈결’은 4계절에 대한 새로운 시어로서 주목된다. 에즈라 파운드는 “최대의 문학이란 그 언어를 가능한한의 의미로서 충만시킨 것”이라고 한 참뜻은 ‘빼어난 상상력’을 지적한다.

/ 홍윤기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국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