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담사

2013-07-29     김두환
앞엔 낮은 산자락
뒤론 좀 높은 산등성이
더 가파른 뒤론 올올 고봉 첩첩
대웅전 뒤 산세 한눈에 눌러앉힌다
 
사철 묵상 첩첩
사철 푸른빛 첩첩
사철 개울 가락 첩첩
사철 산바람 몸닦달 호기 첩첩
사철 산새들 아니리 첩첩
사철 죄업罪業들 독경 소리 첩첩
사철 원력 꽃빛발 아롱아롱 첩첩
한 시대 무소불위 설친 군바리 독재자
그 회개 눈물桶 화석 가득한 요사채
뜰엔 맨드라미 봉선화 난초 총화 첩첩
 
첩첩에 겹철릭 첩첩이므로
그 안에서 파니 한눈 팔 수 없어
다 잊고 한길만 회귀하면서
용심用心 용소龍沼 깊게 파는 일만이다
 
골谷과 경내는 파랗다 못해 맑디맑게
하얗게 깊어진 대로 투철한
선鮮 선善 선禪 선仙 석회화華
층층으로 높아서 번듯이 설파하니
이름하여 옳이 백담사白潭寺이렷다
 
 
■김두환
○전 <서울신문> 문화부 기자
○‘영랑문학상’ 수상
○시집 『속소리는 더 절절하여』 외

■감상평
김두환 시인의 시는 독특하다. 그는 우리 현대시사에서 가장 시어를 많이 동원해 시를 쓰는 시인이다. 우리 시사에서 토착어를 잘 사용해 성공한 시인으로는 소월, 백석, 미당 등을 손꼽을 수 있지만 김두환만큼 다양하게 우리 언어를 활용하여 쓴 시인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언어의 폭이 넓다는 뜻이다. 또한 반복적인 언어 습관, 또는 형용사나 자주 사용하는 동사적인 묘사들이 시를 생동감 있게 만드는 요소로 잘 활용돼 감칠맛나는 남도의 향수를 전해준다. 
/ 강우식(시인, 전 성균관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