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짧은 세계사

2012-07-25     장윤원
[독서신문 = 장윤원 기자] 인간은 문자를 발명한 이후 끊임없이 자신들의 과거를 기록해왔다. 아니 문자를 발명하기 전에도 그림을 통해 자신들의 과거를 기록했다. 과거 역사를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로 만들고 싶어 하는 마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꾸준히 있어왔고 『아주 짧은 세계서(A Very Short History of the World)』도 그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인류'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의 탄생은 약 200만 년 전이다. 이 책은 200만 년에 달하는 인류의 역사를 정치사와 제도사, 사건과 연도 중심으로 엮은 기존의 역사에서 벗어나 인류의 발전을 이끌어온 원동력 중심으로 보여주고 있다. 저자가 주목한 원동력은 과학과 기술의 진보, 새로운 땅과 천문의 발견, 종교와 사상의 발전,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만들어졌던 강력한 제국들의 탄생과 멸망 등이다.
 
이 책의 또다른 특징은 사오백 년 전부터 문명의 주도권을 지닌 유럽보다 오랫동안 역사의 주무대였던 아프리카와 아시아, 아메리카 대륙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그려진다는 점이다. 또한 우리가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오세아니아 지역의 역사가 자세히 실려 있어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독자들의 욕구를 채워준다. 또한 일반적으로 역사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을 때 한가지 의아한 점이 있을텐데 이는 최근 150년간의 역사에 그리 많지 않은 지면만이 할당됐다는 점일것이다. 이런 점은 200만 년 인류 역사를 기준으로 볼때 20세기는 아주 짧은 기간일 뿐이라는 저자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이다.
 
저자는 미시사, 생활사, 사회사, 과학사 분야에서의 최근 연구 성과까지 모두 망라해 동서고금을 종횡무진 오가며 비교 분석하듯 인류의 역사를 보여줌으로써 조각조각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세계사 지식을 하나로 묶어준다. 평소 인류의 기원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한번에 훑어보고 싶었던 독자라면 이 책을 추천한다. 빠르게 세계 역사를 내 것으로 만드는 데 좋은 동반자가 돼줄 것이다.
 
■ 아주 짧은 세계사
제프리 블레이니 지음 | 박중서 옮김 | 휴머니스트 펴냄 | 482쪽 | 2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