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열리는 문들

2012-07-16     독서신문
[독서신문] 2004년 평론집 『길 찾기, 길 만들기』로 대산문학상 평론부문을 수상한 문학평론가 황광수가 10년 만에 세번째 평론집 『끝없이 열리는 문들』을 펴냈다.
 
황씨는 민중서관, 을유문화사, 지식산업사, 한길사 등의 출판사에서 20년 동안 편집을 하며 문학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 한국작가회의 편집위원장, 문화정책위원장, 민족문학연구소장으로 활동하며 충실하게 현장을 비평한 것으로 정평이 나기도 했다.
 
그간 황씨의 비평이 역사변혁 주체의 시각을 요구한 것이었던 것에 반해 이번 평론집에서는 작품 속에 세계와 맞닿아 있는 접촉점 또는 접촉면들에 좀 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인다. 이런 변화에 결정적 계기를 마련해준 것은 "복잡하고 중층적인 세계에 맞서는 정신적 모험이 고스란히 담긴" 시인 김정환씨의 장시 세 편이다.
 
김씨가 5년여에 걸쳐 출간한 장시 세 편은 황씨로 하여금 한동안 그의 시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했다. 유년의 경험과 오래된 식민지성에 대한 새로운 역사의 창조('유년의 시놉시스'), 다양한 경험 요소들을 노래 속으로 끌어안으며 불어넣은 거룩함의 숨결('거룩한 줄넘기'), 감각의 총체성으로 깨트려버린 이분법적 통념('드러남과 드러냄') 등 김씨의 시들은 황씨를 "가없는 모험" 속으로 이끌며 방대한 분량의 글을 쓰게 했다.
 
책은 김정환 시의 비평을 다룬 1부 '일상을 가로지르는 파상력: 김정환의 장시들'을 비롯해 새로운 사유의 흔적을 담은 2부 '새로운 비평을 위하여', 백석, 설정식, 황석영, 조정래, 김훈, 이문구, 윤후명, 윤흥길, 임철우, 김초혜, 신대철, 오수연, 이재웅 등의 작품을 파헤친 3부 '소설 비평과 해설'과 4부 '시 비평과 해설' 등으로 이뤄졌다.
 
■ 끝없이 열리는 문들
황광수 지음 | 자음과모음 펴냄 | 736쪽 | 2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