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기꽃

2012-06-01     장정자
장정자         
 
박태기꽃 속에는 햇빛들이 쫑알쫑알 전생처럼 모여 있다.

부뚜막 얼쩡거리는 강아지 꼬랑지 걷어차는 내가 있다.

입이 댓발 빠진 며느리가 궁시렁궁시렁 들어 있다.

박태기꽃 속에는 하루 종일 입이 궁금한 시어머니가 있다.

수수꽃다리 하얀 별꽃이 얼핏 숨었다 보였다 한다.
 
 ― <리토피아> 2012년 여름호에서

■장정자
○ 2007년 <미네르바>로 등단
○ 시집 『뒤비지 뒤비지』
 
■감상평
박태기나무는 밥티나무라고도 한다. 이른 봄에 꽃봉오리 맺는 것이 마치 밥풀데기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그런데 웬지 박태기라는 발음이 천덕꾸러기라는 의미도 함께 포함되어 있을 법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냥 생각이다. 배고프던 시절의 박태기꽃이 잔소리 많은 시어머니 모시고 사는 며느리의 추억 어린 애환으로 되살려진 시이다. 그런데 시어머니가 전혀 밉지 않다. 입이 댓발이 빠진 부뚜막에서 애꿎은 강아지에게 화풀이를 해도 어쩐지 따스하고 밝다. 햇빛이 가득하고 별꽃마저 핀다. 아무리 견디기 어려웠던 일도 지나고 보면 아름답다. 모든 것들이 가슴속 깊이 쌓인 추억이 된다. 어떤 사람도 넉넉하게 용서가 된다.
 / 장종권(시인, 계간 <리토피아>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