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 위기

2011-10-04     방재홍
▲ 방재홍 발행인     ©독서신문
[독서신문 = 방재홍 발행인] 청와대가 ‘비상경제대책회의’를 다시 가동했다. 1년 만의 부활이다. 그만큼 최근 금융 위기가 심상찮다.

지난 2008년의 금융 위기 당시 소방수 역할을 했던 각국 정부는 이제 눈덩이처럼 불어난 국가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그 자신이 위기의 진원지가 돼버렸다. 문제 해결 방안으로 재정 위기에서 허덕이는 나라들을 차라리 ‘디폴트(국가부도)’시켜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최우선 순위가 그리스이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아일랜드,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에서도 연쇄적으로 자금이 빠져나가게 돼 세계 경제가 더욱 걷잡을 수 없는 불확실성의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  

한국도 절대 안심할 수 없는 국면이다. 당장 유럽계 자금의 탈출 러시가 일어나면 우리 금융시장은 공황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미 국가부도 위험지수는 ‘위험국가’로 분류된 프랑스보다 높아졌다. 세계 금융시장 붕괴에 이어 실물경제까지 침체에 빠지면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로서는 비빌 언덕마저 잃게 된다.

일단 단기적 대책으로는 금융시장 안정이 최우선이다. 특히 환율 안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본주의의 위기’를 불러온 원인을 해소할 작업에도 당장 착수해야 한다. 탐욕스러운 금융자본과 재벌에 대한 규제는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부의 양극화를 완화할 부자 감세 철회, 더 나아가 부자 증세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성장 확대가 아닌 공정 분배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 저소득 계층의 소비 여력을 키워줄 복지정책을 강화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생존의 문제다.

‘비상경제대책회의’의 재가동은 당연한 조처지만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그저 모양새나 내면서 국제공조에 기댈 단계는 지났다. 정권의 명운, 아니 국가의 운명이 걸린 엄중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