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래강가에서(이석규)

자아성찰의 해학적 새로운 역사인식

2007-06-20     독서신문
달래강가에서
 
 
                                                     이석규
 
 
달래강가 매운탕 집 메기 먹다 관격이 들어
아픈 배 움켜쥐고 구르다가 또 설설 기다가
한 마리 황새가 되어 광막 하늘 날아오르다
 

나라 잃은 악성 우륵 두루 삼천리 방랑 끝에
뜻을 안은 진흥왕 넓은 가슴에 깃을 접고
통일의 소망을 담아 훠이훠이 가야금 타다
 

가락국 남은 설움 달래강은 흘러흘러
더 큰 염원 받아들고 남한강에 피를 섞다
큰 흐름 배달의 젖줄은 그렇게 길 열었네
 

충주 벌을 가로질러 대문산을 감아 돌아
한류(韓流)의 하늘 아래 가야금에 담은 정성
탄금대 여울목 돌면 구름같은 함성 일어라
 

이해와 감상
 
우리 한국인의 순수 시문학의 연원은 [백제 가요]를 비롯하여 고려시대에 시작된 [시조]며 조선 [가사(歌辭)문학] 등으로서 끈질기게 연이어 오늘에 왔다. 소위 [자유시]라는 것은 1908년 육당(六堂) 선생이 서양의 시형식을 도입하면서부터 등장한 것이며, 우리의 전통 시가인 [시조]는 민족문학사의 중심에서 영구히 이어지며 발전해 나가야만 한다. 그러기에 [현대시]는 오늘날 우리가 쓰고있는 [시조]와 [자유시] 내지 [동시][동요]를 모두 포괄하는 것임을 본란을 통해 굳이 밝혀두련다.
  이석규 시인의  4연의 연시조 [달래강가에서]는 현대 감각이 물씬한 해학적인 새로운 명편(名篇)이다. “달래강가 매운탕 집 메기 먹다 관격이 들어/아픈 배 움켜쥐고 구르다가 또 설설 기다가/한 마리 황새가 되어 광막 하늘 날아오르다”(제1연)에서처럼 풍자적인 자아성찰을 통한 역사 인식의 도입은 지금껏 한국 현대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이미지 승화의 표현 기법을 도입하고 있어 매우 주목된다. 달래강에 사는 한 마리 메기를 역사의 한 주체(악성 우륵)를 인식시키는 매개물로서 메타포한 것은 참으로 차원 높은 새타이어(풍자) 수법이다. 이어서 ‘민족 통일의 의지’(제2연)와 ‘눈부신 역사의 흐름’(제3연), 그리하여 ‘세계속에 약진하는 오늘의 한류(韓流)’를 “가야금에 담은 정성/탄금대 여울목 돌면 구름같은 함성 일어라”고 겨레의 빛나는 내일을 간절히 염원하면서 작품의 대미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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