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재인 (경기대교수 · 소설가)

2005-11-11     이재인
 
 장면① 

 저희 시골 마을에는 아이들이 모여서 책을 읽고 공부할 공간이 없습니다.
노인정은 있지만 그곳에는 읽을 장소도 공부할 여건도 되지도 못한 곳입니다.
청소년들에게는 독서․책 이런 것을 이야기할 형편도 되지 못하네요. 독서 그것 죄송한 말씀이지만 ‘빛 좋은 개살구’입니다.

 
 장면② 
 
 너무도 실망했어요. 이렇게 좋은 책을 출판해서 서점에 깔아 놓아도 보는 작자가 없네요.
한국에 정말 비전이 없어요. 처먹고 흔들고 즐기는 퇴폐에만 눈깔이 돌아가니 이게 미친 세상입니다.

 
 장면③ 

 우리 부처에서 독서 그런 것 권장하고 정책을 세울만한 인적구성과 여유도 없어요. 「마을문고」 이런 것 옛날에 들어 본 이름이네요․……. 요즘 공무원 모두 몸조심하느라고…….

 
 장면④
 
 이 가게 정리하고 다른 것 전세를 놓는다면 또박또박 월세 받고 우리도 살기에 편한데 뭔가 사회에 밝은 등불이고자 서점을 차렸는데 정리할 생각입니다…….
①은 책을 읽을 공간과 책이 없어 독서교육을 포기하는 대한민국 농촌지역의 생활상을 고백한 리포트이다.

②는 좋은 책을 출간해 놓고도 읽을 독자가 없어 화가 난 출판인이 작두를 들고 새 책을 두 동강 내어 폐지를 만들고 있는 대한민국 출판인의 자화상의 단면이다. 이것은 가슴쓰린 리얼리즘이 아닌가?

  ③은 공무원 부처에서 옛날에는 마을문고 도서관운동을 들어본 경험이 있었지만 이제는 현실적으로 그런 것은 모르겠다는 담당 부서 공무원들의 직무유기하려는 모습이다.

  ④는 사회의 등불이고자 돈 생기는 요식업이나 숙박업소를 피해 서점을 하는 성실한 서점의 고백이다. 답답한 마음이다.

 이러한 현실을 통합하고 조정하는 것이 정부의 일이다. 그리고 미래를 위한 정책을 세우고 이를 추진하는 역할도 지자체나 정부에서 할 일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이런 문제를 가지고 고민하고 걱정하는 정책세미나나 토론회 같은 것을 요즘 들어 본 일이 없다. 자아를 세우고 국가 정체성을 드러내며 애국심과 더불어 효경우애는 예부터 독서를 통하여 이루어져 왔다.

 독서 없는 민중, 도서관 없는 사회, 책 없는 세상에 우리의 희망은 무엇이겠는가? 일본의 독도문제, 중국의 동북공정, 이러한 큰 사안이 벌어질 때 새삼 생각나는 게 독서가 아닌가?

 
 
독서신문 1380호 [2005.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