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그램(큐브의 수수께끼) 18회
김나인 연재소설
2009-11-13 김나인
「조진행, 아침 아홉시부터 열시까지는 발음 연습을 해요. 그리고 다음은 최다솜 환자.」
콧날이 날카로운 반면에 사회보호사의 입은 작고 볼은 지방덩어리로 양 볼에 눈깔사탕 하나를 넣고 있는 듯 부풀어 올라 있다. 마치 복어처럼. 사회보호사의 버릇은 말을 시작하거나 끝마칠 때는 항시 안경을 고쳐 쓰는 습관이 있었다. 이틀 전 미용실에서 스트레이트파마를 한 그녀의 검은 섬유질은 국수 가락을 널어놓은 듯 윤기가 흘렀고, 좁은 이마에 실타래처럼 풀어진 듯 짙은 눈썹과 날카로운 눈매, 칼날처럼 날카로운 전체적인 이미지가 환자들에게는 교도관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사회보호사의 한 마디의 말이면 대답을 하거나 함구, 침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흰색의 제복도 그녀의 카리스마를 내뿜는데 한 몫을 더했다.
최다솜은 손거울을 보며 입술을 실룩거렸다. 인중 옆의 작은 점은 반들거리며 윤기가 흘렀고 새침스러운 그녀의 도도하고 얄궂은 인상을 보태었다.
「저는 고양이와 같은 존재이었던 것 같아요. 어릴 적부터 의붓아버지로부터 성추행을 당했고, 부녀간에 성의 노예이었죠. 제 육체가 여성으로 변모 할수록 의붓아버지는 제 육체를 더욱 탐내었어요. 어머니도 그 사실을 알았지만 제 편이 아니었어요. 늘 아버지 편이었어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어머니의 뇌는 한 가지 장애가 있었던 것 같아요. 죄의식이나 죄책감 같은 기능이 마비되었던 거죠. 어머니는 의붓아버지를 사랑했던 것 보다 남자를 더 사랑했던 것 같고, 삶의 의지이었죠. 삶의 의지란, 친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나서 가난의 무서움을 뒤늦게 깨달은 것 같아요. 본인의 능력은 한계가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의지할 남자가 필요했던 거죠. 저는 사춘기가 없었던 것 같아요. 악마와 어머니에 대한 반항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어머니의 뱃속에 이복동생이 생기자 나의 존재감은 그 전보다 나약해져버렸어요.
- 다음호에 계속 -